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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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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는 그만의 '특별한 무기'가 있다. 비록 5년 6500만 달러에 상응하는 몸값을 하지 못해 지역언론과 팬들의 원성을 듣기는 했어도 그는 여전히 환영받는 베테랑이다.

'메이저리그 100승 투수' 박찬호의 가장 큰 강점은 불같은 강속구도, 90도 각도로 떨어지는 '12-6 커브'도 아니다. 그는 팀 구성원과 관계자들에게 유난히 신임을 받는 '팀 플레이어'다. 일부 고액 연봉 스타들이 '주제'를 망각하는 것과 달리 그는 자신이 야구단의 한 구성원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박찬호는 클럽하우스에서 유독 인기가 좋다. 동료를 챙길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 감독과 코치의 신뢰를 얻는 행동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첫 번째 장출혈 당시 제이크 피비, 우디 윌리엄스 등 동료들이 자청해서 피를 나눠주겠다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듯 팀메이트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다. 물질이나 립서비스도 아닌 자신의 '피'를 나누겠다는 제의는 아무에게나 할 수 없다.

샌디에이고 구단 홈페이지의 라일 스펜서 기자도 박찬호의 이 같은 점을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1일(한국시간) 팬들과의 이메일 질의응답에서 그는 "박찬호는 클럽하우스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린다. 훌륭한 팀 플레이어"라고 극찬했다. 거취 문제는 알 수 없지만 이 점과 함께 효과적인 투구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팀에 잔류할 경우 4번 또는 5번 선발로 적당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요소로 인해 FA 시장에서 박찬호는 여전히 가치를 인정 받는다. '현실적인 계산'이 수반되는 연봉 문제는 협상을 통해 조율해야겠지만 '적당한 가격'이라면 그를 원하지 않을 팀은 별로 없다.

납득할 만한 가격에 선발투수를 필요로 하는 팀이라면 박찬호의 이름을 한 번씩은 언급하기 마련이다. 월드시리즈가 시작되기 전부터 피츠버그 등 몇몇 지역 언론은 '영입 가능한 투수군'에 박찬호의 이름을 포함한 바 있다.

한국 야구계와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도 '좁은 사회'다. '누가 어떻더라'는 소문은 삽시간에 미 전역에 포진한 야구계 인사들에게 퍼진다. 이미지가 좋지 않은 선수, 사사건건 말썽만 일으키는 선수는 이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유난히 실력이 뛰어나면 모를까 웬만해선 '성격 좋은 베테랑'이 환영 받는다.

풀타임 빅리그 11년차의 풍부한 경험,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미, 그리고 팀 구성원이 좋아할 만한 성품까지. 돈문제를 떠나 박찬호는 올해 완성하지 못한 재기의 나래를 내년 시즌 활짝 펼 수 있을 전망이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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