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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경보 비행선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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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지상 3만6천㎞의 정지궤도 위성, 지상 2백~6백㎞의 첩보위성, 지상 바로 위에는 조기경보기, 땅에는 레이더기지….

지상에서 우주까지 물샐틈 없이 짜인 미국의 조기 경보망이자 정보수집망이다. 미.소 냉전시대가 끝났지만 자국을 지키려는 보호망은 갈수록 더 치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메우기 어려운 구멍이 있다. 위성과 지상 중간의 고공에서 적군의 미사일이나 침투를 알아낼 경보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고성능 레이더가 달린 경보기로는 지상 20~50㎞를 올라가기도, 하루 종일 체공하기도 어렵다. 계속 지구를 돌아야 하는 저궤도 첩보위성 역시 한 기로는 같은 지점에 눈을 떼지 않고 정밀하게 관찰하기가 불가능하다.

2006년이면 이런 미국의 방어망 구멍을 메울 새로운 명물이 등장할 전망이다. 잠실 축구장만한 기구에 레이더와 통신기기를 실은 뒤 20~50㎞의 성층권에 띄워 미사일 조기 경보망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미사일방어국은 민간 항공사인 로키드마틴에 여기에 쓸 풍선식 무인 비행선 개발을 맡겼다. 연구비는 4천만달러이며 2006년 개발을 마친다는 게 목표다. 풍선 비행선에 고성능 레이더를 장착하면 산이나 바다 등 장애물의 구애를 전혀 받지 않는 전천후 경보기 역할을 할 것으로 미사일방어국은 기대하고 있다.

풍선 비행선의 장점은 대단히 많다. 기존 조기 경보기 값의 수백~수천분의1에 해당하는 기당 몇억원의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는 데다, 풍선처럼 공기의 부력으로 떠 있어 연료 공급이 필요 없다. 1년이고 3년이고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풍선 비행선에 매단 레이더와 통신장비를 가동하고, 강풍에 날아가지 않게 역추진하는 데 쓰는 프로펠러용 전기는 태양전지와 수소발전기로 자가 발전해 충당한다.고장나면 풍선 속 헬륨만 빼 땅으로 내린 뒤 수리해 다시 띄워 올리면 된다.

경희대 정보통신대학원 진용옥 교수는 "풍선식 무인비행선은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에서도 군비를 절약하면서도 군 전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휴전선 상공에 한두기만 띄워놔도 북한군의 움직임을 손금보듯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상시 10여기만 띄우면 전국적인 무선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풍선 형태라고 해서 그렇게 간단하게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층권은 비교적 안정된 기상으로 풍선 비행선을 띄워 놓기는 좋다. 그러나 막대한 자외선이 쏟아지고 섭씨 영하 수십도의 혹한 상태다. 때로는 초속 수십㎞의 바람이 분다. 이런 자연환경을 견딜 수 있는 가볍고 질긴 풍선용 재료를 개발해야 한다. 풍선도 학교 운동장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어느 곳 하나 작은 구멍이라도 있으면 안된다. 강풍에 떠밀려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지 않게 위치를 고수하도록 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풍선용 재료는 ㎝당 1백㎏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어야 하며, ㎡당 2백g을 넘지 않을 정도로 가벼워야 한다. 로키드마틴사는 합성수지 여러 겹을 붙여 이 같은 강도의 재료를 개발해놓은 상태다. 1t의 장비를 실어 올리려면 풍선의 크기는 축구장 정도 돼야 한다. 큰 풍선이 필요한 것은 성층권의 공기 밀도가 지상의 1~7%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야 부력이 커진다.

우리나라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최근 50m 길이의 풍선식 무인비행선을 개발해 전남 고흥에서 지상 3백m까지 띄워 올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박방주 기자

<사진설명>
잠실 축구장 크기의 풍선식 비행선(上) 가상도.연료가 필요 없어 몇년 동안이라도 체공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인공위성과 지상 명령국과 교신하면서 임무 수행 위치로 이동하는 비행선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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