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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의 달(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못 보았소,새들도 집이 그리워/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니까』(소월 삭주구성).
민요풍의 운율과 우리의 고운 말을 엮어 민족의 한과 정서를 노래한 천재시인 김소월 데뷔작품이다.
문화부가 9월을 소월의 달로 정하고 그의 초상화를 재생하면서 각종 기념회와 강연회,시낭송회와 가곡의 밤을 열기로 했다.
존경하는 인물이 사라지고 영웅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민족의 정서와 한을 노래했던 한 시인을 새롭게 조명해봄으로써 영혼의 고리랄까,마음의 공감대를 엮어보자는 뜻으로 이 행사를 풀이해본다면,참신하고도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월이라면 세대간의 격차를 뛰어넘고 문학이론의 차이를 떠나서 우리 모두가 즐겨 그의 시를 욀 수도 있고 또 가곡으로 옮겨진 노래를 쉽사리 부를 수도 있을 만큼 친근한 시인이다.
남쪽만이 그런 게 아니다. 86년에 발간된 북한의 「조선문학개관」에서도 『김소월은 20년대부터 30년대초에 걸쳐 활동한 비판적 사실주의 경향의 대표적 시인』으로 꼽혀지고 있다.
남쪽 사람들의 정서를 함께 묶어줄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의 마음을 동시에 감싸줄 민족시인이다.
오늘,분단 45년의 장벽을 넘어서 90명의 북한대표가 서울로 왔다. 「떠난 몸이 그립고 님을 둔 곳이 그리워」 망향의 세월을 살아온 이산가족들은 다시금 새들처럼 남북으로 오갈 꿈과 기대를 부풀리게 하는 때다.
거창한 선언이나 대담무쌍한 정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분단으로 찢겨진 몸과 마음의 상처를 씻고 믿음과 사랑의 동족애를 확인해줄 왕래의 길이 터지기를 바라는 소박한 소망일 것이다.
계층간의 위화감을 없애고 남과 북의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한 시인의 소중한 영혼을 서로가 기리고 아낀다면,그 또한 서로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또다른 남북대화의 통로가 아니겠는가.
소월의 달에 열리는 남북 총리회담은 그래서 더욱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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