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천사'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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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형편이 어려운 중학생들에게 수년간 장학금을 익명으로 전달해 온 '서울중앙지검 천사'가 밝혀졌다.

3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채동욱(47.사진) 대검 수사기획관과 직원 30여 명은 1998년부터 최근까지 남몰래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학비를 지원해 왔다. 검찰은 올 초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 졸업생 2명이 서울중앙지검 1004호실로 보낸 감사 편지의 수신자를 찾아왔다.

학생들은 "얼굴도 모르는 저희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천사'로 잘못 들었는데 나중에야 1004호실에 계신 분인지 알았습니다"고 적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1004호실에는 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보낸 사람이 없었다. 현재 이 방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조사실로 검사가 피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할 때 이용하기 때문이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 소식을 접한 뒤 "천사를 찾아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주인공은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검찰 인력을 동원해 1004호실의 주인공이 채 수사기획관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비밀에 부쳐줄 것을 신신당부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98년 특수2부 부부장검사로 근무할 당시 1004호실을 사무실로 사용했던 것을 계기로 검사.수사관 5 ~ 6명을 모아 학생들을 돕기 시작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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