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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자리 '풍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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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일본의 고용 시장이 14년 만에 최고 호조다.

일 후생노동성이 31일 발표한 '9월의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한 명의 구직자에게 얼마나 많은 일자리 제안(구인 수)이 오는가를 나타내는 '구인 비율'은 1.08배로, 8월 조사 때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비율이 1배가 넘어가면 사람 구하기가 일자리 얻기보다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대 초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일본 고용시장은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렸었다. 이후 경기가 꾸준히 회복되면서 지난해 12월엔 13년 3개월 만에 구인비율이 1배를 넘어섰다.

또 고용의 선행지표로 여겨지고 있는 신규 구인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요즘 일본에선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계속 늘리면서 올 1월부터 매달 4만8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한편 일 총무성이 발표한 9월 중 실업률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8월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한 4.2%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소폭 상승한 것은 고용시장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호전됐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취업 여건이 크게 좋아지자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찾아 자발적으로 이직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면서 실업률도 근소하나마 올라갔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특히 가족 생계 등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미혼의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 보다 새롭고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여성 실업률은 8월의 3.9%에서 9월에는 4.1%로 상승했다.

게다가 기업들은 사람을 많이 뽑으려고 하나 정작 '원하는 인재'와 구직자들의 '원하는 직장'의 조건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고용의 미스 매치' 도 실업률을 올린 이유다.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 후생노동상은 이날 "기업들은 사람을 뽑으려고 안간힘이지만 젊은 층들이 이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구인과 구직이 적절히 조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의 재스퍼 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노동시장의 수요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 다시금 입증됐다"며 "올 연말에서 내년 초에 걸쳐 실업률은 3%대 후반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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