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표뒤의 대표」 있다/총리회담 거물급 수행원 2명 신상명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회담 막후 움직이는 「작전본부」/림춘길 조평통부위장… 북 “장관급 예우” 특청/최봉춘 이번 회담 산파역… 고향방문도 지휘
북한이 지난 1일 연락관 전화통지문을 통해 우리측에 통보해온 수행원 33명의 명단중에는 북측 대표단과 맞먹는 「거물급 실력자」 두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측이 주목하고 있는 문제의 인물은 북측이 「총리책임보좌관」이라고만 밝힌 림춘길과 「총리보좌원 겸 책임연락관」이라고 통보한 최봉춘등 두명.
림춘길ㆍ최봉춘은 70년대부터 남북한 회담에 자주 등장,주목을 받아왔는데 북측이 이번 수행원 명단 통보시에도 유독 이들 두명에 대해서만 공식 직책을 밝히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최종 책임연락관 접촉에서 북측은 림춘길에 대해 『북조선내에서는 부장급(우리 장관급)』이라는 점을 강조,림에 대해서는 대표단과 같은 예우를 해줄 것을 요구.
우리측은 북측 대표단 7명에게만 승용차를 각각 제공한다는 당초 방침을 바꿔 림ㆍ최에 대해서도 대표단과 같은 승용차를 특별 제공키로 했다.
북한전문가들은 림춘길과 최봉춘이 근 20년동안 대남문제관계에 종사해온 대남전문가들로 남한사정을 훤하게 꿰뚫고 있을 뿐 아니라 각종 남북회담에도 여러차례 관여하는 등 전문적인 「회담꾼」이라고 보고있다.
따라서 4일부터 7일까지 개최되는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림ㆍ최가 연형묵정무원총리를 비롯한 회담대표 7명에게 회담에 임하는 전략을 수립,전달하고 회담대표들에게 「쪽지」를 전달하는 이른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
이들은 북측 대표단 숙소에 설치돼 있는 남북 직통전화 등을 통해 수시로 현지 상황을 보고하는 한편 진행중인 상황 또는 예기치 못한 안건들에 대해 북측 수뇌부로부터 지침을 받아 전달하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림춘길이 우리측에 첫선을 보인 것은 80년 2월6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 사무실에서 열린 남북 총리회담 준비 실무대표회담때부터.
림은 당시 우리측 김영주수석대표등과 대화를 나누면서 통일문제에 언급,『통일문제라는 것은 가야금과 같은 것』이라고 가야금론을 편 뒤 『가야금은 모든 줄을 퉁겨줘야 선율과 노래가 나오는 것이지,한줄만 퉁기면 노래가 안된다. 통일도 가야금과 같이 힘을 합치고 노래해야 통일의 노래가 될 것』이라는 독특한 이론을 전개,우리측 대표단에 색다른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림은 80년 2월 당시 정무원국장으로 회담에 참가했으며 85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8차 남북 적십자 본회담 북측 자문위원으로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고 현재는 당 조직관계자로서 북한의 대남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부장급(장관급) 거물인사로 알려져 있다.
최봉춘은 지난 7월26일 제8차 예비회담에서 고위급회담 개최에 관한 합의각서를 교환된 이후 우리측 김용환책임연락관과 세차례 판문점 접촉을 가진 바 있는 실무책임자.
최는 72년 적십자회담때 실무요원으로 등장,우리측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84년 9월 북한으로부터 수재물자를 인수받을 당시 백남준과 함께 북한적십자사 대표로 판문점에 나와 물자인수인계협상을 실질적으로 지휘했으며 이듬해인 85년 5월 북한의 고향방문단ㆍ예술단 교환 방문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했던 북측 막후책임자.
최는 84년 수재물자인수협상 당시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철화 당시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과 백남준간에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자 북측 백대표를 제치고 직접 나서 협상.
최는 이어 85년 북측 고향방문단과 예술단이 서울에 왔을 때도 실질적인 통제ㆍ지휘역할을 수행했으며 예술단 대표들이 KBS방문때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던 중 그가 손짓을 하자 모두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최는 이번 남북 총리회담을 위한 세차례의 연락관 접촉에서도 연락관이라는 지위로서는 할 수 없는 「정치성 짙고 과감한 요구」를 우리측에 해오기도 했으며 이번 3박4일간의 서울 체류일정 모두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림춘길 주요약력 ▲72년 11월∼73년 5월 남북 적십자 본회담 수행기자 ▲79년 5월 조평통 부위원장(현재까지 겸임) ▲80년 2월 정무원국장(현재) ▲80년 2월∼8월 남북 총리회담 실무대표접촉 대표 ▲85년 5월∼12월 제8∼10차 남북 적십자회담 자문위원.
◇최봉춘 주요약력 ▲71년 9월 북한 적십자중앙위 연락부장 ▲72년 9월∼73년 7월 남북 적십자 예비회담및 본회담 수행원 ▲80년 2월 남북 총리회담 실무대표접촉 수행원 ▲84년 9월 수재물자인도 실무대표 ▲85년 5월 제8∼10차 남북 적십자회담 연락관 ▲90년 8월 남북 고위급회담 책임연락관 <문일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