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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중국 소주·항주|비경에 둘러싸인「물의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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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국 대륙의 역사는 넓고 깊다. 웬만한 유적이면 2천년, 3천년 전의 것이 보통이고 북경원인의 시대도 50만년 전쯤의 초기인류로 추정되고 있으니, 그 역사는「유구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넓이로도 남한의 1백 배에 가깝고 유럽 전체 면적을 합친 것과 엇비슷할 정도이니, 역시 한마디로「광대하다」고 표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깊고 넓은 곳이라서 봐야 할 것도 많고 찾아가 볼 곳도 여기저기다. 며칠간의 여행만으로『이것이 중국이다』라고 아무나 쉽게 말할 처지가 못된다.
땅 덩어리가 넓은 중국은 지역마다 기후도 다르고 요리도 특징이 있는데, 이 중국 요리는 이미 세계적이다. 한국에서는 우리 구미에 맞는 요리들로 변형돼 있지만, 본래는 같은 것이라곤 젓가락과 다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광대한 국토에 요리가 발달한 나라이니, 여행지역을 요리중심으로 구분해보는 것도 좋은 기준이 될 것 같다.

<대부분 화차여행>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수도 북경을 중심으로 한 황하유역과 산동지방을 화북지방이라 하는데, 이 지역은 북방계요리 또는 북경요리 지역으로 간주할 수 있다. 산동요리를 별도로 떼 내기도 하는데, 본래는 북경요리의 원류가 산동요리라고 한다. 면이나 만두류가 발달해있고 기름기 많은 육류요리가 주종.
가장 유명한 것은「베이징 덕」(북경 오리)이라고 불리는 구운 오리 요리인데, 기름기가 많아 둘이서 한 마리 먹는 정도가 알맞다.
중국요리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져있는 것은 광동요리. 광주를 중심으로 한 남부 연안지방이 이 요리권에 속한다. 탕수육이나 팔보채·상어 지느러미 수프 등이 우리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고양이·쥐 요리를 비롯, 개나 뱀도 소재로 하고 있다.

<양자강 게 요리 일미>
중국의 곡창지대인 서쪽의 분지지대와 중경 등을 중심으로 발달한 것이 사천요리. 지리적 여건으로 해서 해산물은 거의 없고 두부나 돼지고기·민물고기를 소재로 한 것들이 많다.
양자강을 현지에서는 장강이라 표기하는데, 이 부근의 도시인 상해·남경·소주 등에서는 바다와 큰 강을 낀 덕택으로 요리 소재가 다채롭다. 미식가들이 입맛을 다시는 것은 양자강 하류에서 나는 게. 굴처럼 영어「ER」로 끝나는 달인 9월 하순부터 12월 기간 중에 먹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이 지역의 요리를 보통 상해요리 또는 남경요리라고 부른다.
양자강 북쪽에 있는 강소성과 남쪽의 상해·절강성 등을 화동지방이라고 하는데 소주도 여기에 포함된다.
중국에서는 열차를 일컫는 화차로 북경에서 소주까지는 약20시간의 거리. 겨울에 화차를 타면 객차 내의 난방을 위해 연탄을 때서 난로를 피우는 우리네 30년 전의 모습도 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중국대륙의 여행에서 이 화차 여행은 빼 놓을 수 없는 수단이 된다.
중국에서의「기차」는 우리의 버스를 말한다. 장송버스는 시외버스, 반점은 식당이 아니라 호텔이다. 정거장 표 파는 곳에 부천이라고 씌어 있으면, 오늘 가는 표를 파는 창구를 말한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측소」라고 표시된 곳이 말하자면 공중변소다. 제법 잘 사는 사람들의 집이 아니면 자가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측소가 꽤 눈에 띄어 여행객들은 꽤 편리할 것 같지만, 들어가서 놀라지는 말아야 한다.

<공동화장실 사용>
야트막한 칸막이로 양옆만 경계를 이루고 있고 문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양옆도 안 막혀 있는 수가 있다. 바닥에는 뻥 뚫린 구멍뿐. 그 구멍에 엉덩이를 내놓고 쭈그리고 있으면서도 자기네들끼리는 쏼라쏼라하면서 꽤 시끄럽다. 사람 많을 때 들어가면 마치 진기한 회의실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보송보송한 휴지나 손씻을 물을 기대한다는 것은 난센스.
상점에서 구입한 뻣뻣한 종이가 싫은 사람은 아예 화장지를 지니고 다녀야 한다. 특히 밤중에 공중변소에 처음 들어가면 구멍에 빠질 염려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등이 없기 때문이다.
소주는 옛날부터「상유천당 하유소항」이라고 해서 위에는 천당이 있고 아래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고 할만큼「지상의 낙원」으로 일컬어져 왔던 곳이다.
또한 소주미인을 아내로 삼아 수려한 정원에서 사는 것이 사내들의 소원으로 꼽혔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은 빛 바랜 이야기가 되어버렸는지, 공업화되어 석탄냄새가 풍기고 공해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기도 하다.
소주의 대표적 풍물로 치는 것은 미인과 정원 말고도「물의 도시」라고 불리는 바와 같이 길게 이어진 운하다. 사람들은 여기서 채소나 그릇을 씻기도 하고 세수도 한다. 물안개 자욱한 아침의 물길 속으로 삐거덕거리며 노 젓는 사공이 아득하게 사라져 가는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다.

<예부터 미인 많아>
아름다운 정원으로는 유원과 졸정원이 있는데, 이 두개의 정원은 중국의 대표적 정원 네 개 중에 포함되어 있는 것들로 소주에만 두개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졸정원은 16세기 명나라 시절에 낙향한 벼슬아치가 만든 것으로 소설『홍루몽』에 나오는 대관원의 모델이라는 말도 있다.
일본의 정원이 지나치게 인공적이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면, 중국의 대표적 정원들은 비대칭의 균형이랄까, 자연과의 조화 같은 아름다움을 풍겨주고 있다. 좀 빗나가는 얘기지만 싱가포르의 주롱 호수에 가면 이 두 가지 스타일의 정원이 함께 있어 비교해볼 수 있다.
유원 부근에는 광제교와 신민교라는 두개의 다리가 있는데, 중국영화에도 가끔씩 등장하는 다리로, 물로 둘러싸인 소주의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밖에 천평산 일대, 태호 부근의 호수지역과 그 속에 떠있는 섬인 서산일대가 가 볼만 한곳이다.

<봄철 새벽경치 으뜸>
항주는 마르코폴로가 세계최고의 도시라고 감탄했다던 아름다운 도시로, 13세기 당시 인구가 90만 명이나 됐었다고 한다. 당나라 때의 시인 백악천이 잠시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소주에서 저녁때 출발하여 운하를 따라 떠가는 배로 10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서호가 있는데, 시와 계절에 따라 각각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호수다. 북송시대 소동파가 이 곳 지사로 재직했을 때 쌓은 제방도 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데, 소동파는「봄철 새벽이 최고로 아름다울 때」라고 말했다고 한다.
상해는 19세기 중엽 아편전쟁이 끝나고 외국에 개방된 상해항을 끼고 7세기 무렵부터 발달한 도시. 우리의 임시정부가 자리잡기도 했던 것이다. 작년 여름 마침내 대한항공편이 한달에 서너 차례씩 취항, 우리 나라에서 세시간 거리의 가까운 도시가 됐다. 이렇게 보면 상해라는 도시는 역사적으로 중국 문호를 외국에 개방하는 팔자를 지닌 도시인 것 같다.
시내에는 앞에서 언급한 그 나마의 축소도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이곳 사람들은「마통」이라는 요강 비슷한 것을 방에다 마련해 놓고 있어, 공중변소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최대의 번화가는 남경로인데 중국상인들의 상술을 살펴 볼 수 있는 쇼핑거리다. <백준(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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