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포츠 7가] 가을 야구의 불문율

중앙일보

입력

메이저리그 '가을 야구'가 4강으로 압축됐습니다. 9일부터 월드시리즈 진출의 마지막 관문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돌입합니다. 그림으로 치면 구상 스케치 채색을 지나서 완성 단계로 치닫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도 예외없이 적용된 금과옥조 한가지가 있었습니다. '포스트시즌은 '요행과 실수'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결과도 그랬습니다. 어이없는 실수와 요행을 바라는 플레이가 속출한 다저스와 미네소타는 가장 중요한 1 2차전을 그렇게 놓치면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내리 3연패로 탈락했습니다.

다저스의 '어처구니'는 단연 연쇄 추돌사고를 일으킨 J.D 드류와 제프 켄트였습니다. 1차전서 2회 무사 1 2루에 있던 이들은 우월 홈런성 타구에도 홈을 밟지못하고 새끼줄에 굴비 꿰듯 차례로 비명횡사했습니다. 경기 후 이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니 주범은 켄트 교사범은 리치 도넬리 3루 코치 드류는 공범으로 판명났습니다.

2루 주자 켄트는 스타트를 너무 늦게 끊었습니다. 타구가 잡히는줄 알고 온 더 베이스를 노린 탓입니다. 당시 장면을 보면 메츠의 션 그린이 외야수들이 곧잘 쓰는 잡는 척하는 속임수 모션을 쓰지도 않았고 타구가 그리 높이 뜬 것도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켄트의 주루 실수는 '뭐가 씌워도 단단히 씌운' 짓이라고 할 도리밖에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드류는 억울함이 다분합니다. 켄트가 앞에서 막히면서 결과적으로 폭주를 해버린 꼴이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도넬리 코치의 거침없었던 '손 풍차돌리기'는 차라리 코미디였습니다. "처음엔 켄트를 3루에 멈추게 하려 했다. 그런데 바로 뒤에서 드류가 따라오고 있었다. 켄트를 세우면 3루에 둘이 모두 있을 게 뻔했다. 그래서 돌렸다." 그의 첨언은 더 걸작이었습니다. "어차피 한명은 죽는다. 하지만 둘 다 살릴 수도 있다. 메츠의 송구가 삐져만 나가준다면…. 속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돌렸다." 순식간의 파노라마같은 상황서 그의 머리도 필름처럼 빨리 돌아갔지만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요행을 바라기는 미네소타의 '허슬' 중견수 토리 헌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차전 2-2 동점이던 7회 2사 1루서 단타로 처리했어야 할 타구를 무리하게 다이빙 캐치하려다 결승 장내 투런 홈런을 만들어 줬습니다.

가을 야구 사상 최악의 실책은 20년 전 메츠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서 연장 10회말 보스턴 1루수 윌리엄 버크너의 '알까기'였습니다. 당시 그는 5-4로 앞선 상황서 주자 두명을 놓고 조금 회전이 먹은 빗맞은 땅볼을 양다리 사이로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보스턴은 역전패를 당하면서 7차전까지 지고 결국 우승을 내줬습니다.

버크너는 최근 ESPN의 다큐멘터리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자신을 수렁(?)에 빠트린 타자 뮤키 윌슨과 동업도 하며 이제 성공한 사업가가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줬습니다. 2년 전 '밤비노의 저주'가 풀렸건만…. 집을 아예 매사추세츠에서 옮겨 문제의 셰이스타디움서도 2천마일 이상이나 멀리 떨어진 아이다호서 살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엔 보스턴이 당시 선수들을 초청한 행사에도 부러 가지않는 등 펜웨이파크와 담을 쌓은 지도 9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고 때론 요행도 바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본과 원칙을 지켰느냐는 점입니다. 켄트가 자신의 뒤로 가는 타구는 3루코치의 사인을 본다는 기본을 지키고 버크너가 땅볼은 반드시 자세를 낮춰 잡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던들 양상은 전혀 달라졌을 것입니다.

큰 경기에서 기본과 원칙의 일탈은 전부를 잃는 것입니다. 남아 있는 네 팀 중 어디가 이를 잘 지켜 최후의 일점 눈을 찍고 용의 그림을 완성할 지 주목됩니다.

미주중앙일보 구자겸 스포츠팀장
신문발행일 :2006. 10. 10 / 수정시간 :2006. 10. 9 22: 19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