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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백약이 무효” 체질개선 급하다/경제(뉴스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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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양책 효과 사흘못가/유가몸살… 하반기 경기 불투명
페르시아만 사태가 일어난지 1개월로 접어든 지난주에도 굵직한 조치와 발표가 잇따랐다.
폭락세를 보이던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정부ㆍ여당에서 증시부양책이 나왔는가 하면 정부가 골머리를 싸매던 기업의 비업무용 판정 기준이 개정,발표됐다.
또 국세청은 공시지가 시행에 맞춰 작년 6월 이후 1년여만에 아파트 지정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기준시가를 평균 50% 가까이 끌어올려 고시했다.
7월중 경상수지가 올들어 첫 흑자를 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장기화조짐을 보이는 페르시아만 사태가 발목을 잡고 있고 9∼10월의 경기를 예측케하는 7월의 경기선행 종합지수가 지난 3월이후 하향곡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본격적인 경기회생국면을 기대키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최대의 관심사는 증시부양책대이었다.
지난달 27일 정부와 민자당은 당정회의를 갖고 30일 장ㆍ단기 증시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페르시아만 사태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나온 이같은 발표는 주초 증시를 뜨럽게 달궈 연이틀 거의 전 종목이 상한가로 치솟고 그렇게 쏟아지던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폭발장세를 보였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서인지 지난주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증권거래소 방문시 비아냥거리는 반응을 보였던 민자당은 김영삼 대표가 증시를 찾는 「여유」를 보였지만 사흘을 못버틴 주가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스타일을 구기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30일 발표된 대책은 사실 직접적으로 돈을 풀어 지원하는 일 말고는 증시주변에서 거론됐던 얘기들이 대부분 망라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증안기금 조기조성,미수금ㆍ미상환 융자금의 증안기금처리 등 단기대책과 자본시장육성법 개정,각종 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토록 법안개정 등 장기대책이 한꺼번에 나온 이번의 증시대책도 투자자들에게는 단기대책이 「미흡」한 「함량미달」로 받아들여져 대책발표후 「살망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가를 다시 끌어 내렸다.
결국 요즘 분위기에서 시쳇말로 「약발이 받으려면」 돈을 풀 수 밖에 없다는 얘긴데 가뜩이나 통화잡기가 힘들고 물가는 뛰는 판에 돈을 풀어 「주가 받치기」에 나섰다간 「쪽박」마저 깨기 십상이라 정부로서도 여간 곤혹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가상승이 증시안정」이란 등식은 애당초 옳치 않은 것이고 진정한 증시안정은 증시를 둘러싸고 있는 제반여건의 체질개선을 통해 이뤄진다는 당연한 논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종합주가지수 6백이 깨졌다해서 증시가 거덜나는 것도,나라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도 아니다.
투자자나 증권사,기관투자가,정책당국 등,너나 할 것없이 좀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지난주의 「널뛰기 장세」를 보며 더욱 절실히 느껴진다.
○…하반기에는 풀릴듯 하던 경기가 기대대로 움직여줄 것 같지는 않다.
7월중 국내경기는 생산ㆍ출하ㆍ투자 등이 비교적 호조를 보였지만 경기동향지수는 7월에도 보합세에 그쳤고 2∼3개월 후의 경기를 가늠케 하는 선행종합지수는 지난 4월 이후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7월중 경상수지는 올들어 첫 흑자를 기록했지만 페르시아만 사태로 인한 유가상승과 수출위축으로 반짝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페르시아만 사태의 향방이 큰 변수가 될 전망인데 최근 국제유가가 내림세로 돌아서고 있으나 과거와 같은 저유가 시대는 기대불능인 상황이고 보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을 맞기에는 아직도 좀더 기다려야할 우울한 시점이다.<박태욱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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