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총리등 연일 도상회담/평양 손님맞이 분주한 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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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북대표와 논쟁 연습도/“의제가 성패 좌우” 준비 부심/체류 73시간 분단위 시나리오… 3천명 호텔경비
남북 총리회담을 앞두고 정부는 회담준비작업을 마무리짓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1일부터는 시간별로 준비상황을 체크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정부는 특히 물리적인 행사준비도 그렇지만 회담의 성공적인 결실을 보기 위해 이번 회담의 우리측 수석대표인 강영훈국무총리를 포함한 대표단 7명과 청와대ㆍ통일원 등 회담관계자 전원이 참석하는 전략회의를 회담개최 하루전인 3일까지 매일 한차례씩 갖기로 하는등 완벽한 회담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남북한 고위급회담 개최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 7월26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예비회담에서 양측이 고위급회담 개최에 관한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양측 예비회담 대표단이 합의각서를 교환하면서부터.
이때부터 우리측은 회담준비에 철저를 기하기 위해 ▲의제준비 ▲행사준비 등 2개분야로 나누는 한편 준비작업도 기획→준비→연습→점검 등 단계별 작업을 진행시켜왔다.
우리측은 또 효율적인 준비를 위해 의제분야는 청와대ㆍ총리실ㆍ경제기획원ㆍ외무ㆍ국방ㆍ통일원 등으로 회담전략기획단을 구성,운영하는 한편 행사분야는 통일원등을 주축으로 하여 공보처ㆍ치안본부ㆍ한국전기통신공사 등이 참여하는 행사통제단을 구성,준비를 전담토록 했다.
○…정부가 이번 회담준비작업에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부분이 바로 회담의제 분야.
이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남북 총리회담에서 뭔가 결실을 보고 이번 회담을 최소한 오는 10월16일로 합의된 제2차 평양회담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1차회담에서 우리측이 내놓은 의제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우리측은 의제선정의 기본원칙으로 ▲새롭고 획기적인 제안이 아니라 6공이후 수립한 대북정책 또는 제의중에서 선택하되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자극하지 않아야 하며 ▲상호신뢰 구축을 위한 교류협력분야에 중점을 둬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어야 한다는 4대원칙을 적용한다는 것.
우리측은 특히 사소한 용어 선택이나 무심코 보아 넘겨온 일상적인 것들이 북한방문단을 자극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아래 ▲「개방」이란 표현은 절대 사용치 않고 대신 「상호협조」 또는 「상호협력」등으로 대체하고 ▲통일로와 서울시내에 걸려있는 반공현수막을 철거하며 ▲북한이 신경질적인 거부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동구권의 체제붕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북측 체제에 대한 비판을 일체 삼간다는 등의 내부지침까지 마련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정부당국자들은 설명.
이같은 원칙아래 우리측은 의제준비도 1차적으로는 분야별로 구분,정치분야는 청와대ㆍ총리실ㆍ통일원이,경제협력분야는 경제기획원을 중심으로 상공부등 경제부처가,유엔문제는 외무ㆍ통일원,이산가족문제는 통일원이 주축이 되어 적십자사가,군축은 국방부와 외교안보연구원이 마련한 안을 토대로 청와대 군비통제기획단에서 각각 분담해 합의각서 교환이후부터 두차례의 관계부처회의를 거쳐 초안을 작성했다.
분야별 초안은 전략기획단을 거쳐 총리회담 수석대표인 강총리가 직접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토의를 갖고 수정ㆍ보완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청와대에 보고,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확정하는 단계를 밟았다.
○…분야별 의제를 토대로 우리측은 회담 10일전인 8월25일부터 강총리등 대표단 7명과 안기부ㆍ통일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삼청동 남북대화사무국에서 매일 한차례씩 실제회담상황 연습에 들어갔으며,1차회담에서 강총리가 발표할 기조연설문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그동안의 남북대화록과 북한측의 회담진행 기법이나 방식들을 TV녹화필름을 통해 면밀히 분석하기도 했다.
또 북측 대표단의 일부가 전문적인 「회담꾼」으로 알려져 양측이 논쟁을 벌일 경우 우리측 대표단들이 논쟁에 휘말리거나 말꼬리를 잡힐우려도 있어 통일원등의 북한전문가들로 가상 북측 대표단을 구성,모의회담을 열어 예상되는 논쟁거리를 놓로 설전을 벌이는 연습도 가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측이 걱정한 것은 북측 대표들이 청산유수로 말을 잘하는 데 비해 강총리등 우리측은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었는데 강총리가 외교관 경험외에도 군축문제에는 일가견이 있어 토론과정에서 정연한 논리로 실력을 발휘,우리측 협상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것.
우리측은 이같은 이론과 실전겸비 연습을 모두 마무리짓고 1일 오전 9시 대표단 전원과 청와대ㆍ통일원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전략회의 준비모임을 거쳐 이날 오후 5시 1차전략회의를 갖고 2일 오후 3시와 3일 오후 2시에 각각 2,3차회의를 열어 최종 리허설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의제준비와는 별도로 진행된 행사준비는 철저한 보안속에 행사통제단이 한달이상 치밀한 계획아래 준비작업.
행사통제단은 북측 방문단이 우리측 지역으로 넘어오는 4일 오전 10시부터 북측 지역으로 돌아가는 7일 오전 11시까지 73시간의 체류일정을 분단위로 세분해 안내ㆍ의전ㆍ수송ㆍ통신ㆍ경호 등의 업무분장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위해 지난 15일 인터컨티넨탈호텔 객실 5백99개중 25∼33층의 1백50개 객실을 확보해 놓고 있으며 이중 북측 방문단용 객실은 전망이 좋고 경호가 편리한 꼭대기 30∼33층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총리 방은 로열스위트로,대표단및 수행원은 1인1실로 배치하고 기자단은 2인1실 기준으로 배치할 계획.
회담장은 호텔2층에 위치한 그랜드셰라톤볼룸으로 했으며,북측 방문단이 사용하게 될 식당은 대표단 7명에게는 1층 한가위식당,수행원및 기자단 81명은 사랑방 코피숍으로 했으며,식사는 모두 한식으로 결정.
특히 이번 회담중에는 불필요한 잡음이 나지 않도록 배려했는데 간혹 북한측의 「실수」가 있더라도 가급적 이를 커버하고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종업원을 교육.
정부는 호텔 경비를 위해 약 3천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할 계획이며 북측 방문단의 유일한 나들이 코스인 중앙박물관과 만찬장등에 대해 현장점검을 마쳤으며 이들이 이동할때 1천명가량의 경찰병력등 경호요원을 배치해 안전상의 문제가 없도록 한다는 계획.
정부는 이와함께 북측 대표단을 위해 모종의 선물을 마련했는데 대표단ㆍ수행원ㆍ기자단 등에 각각 다른 선물을 줄 계획이나 선물의 종류가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태.
또 북측 대표단의 통신을 위해 남북직통회선 23개 회선을 이미 인터컨티넨탈호텔에 가설,시험작동까지 모두 끝내놓고 있다.
○…북한대표단이 관람할 영화는 극영화와 문화영화 각1편씩으로 배정하고 있는데 극영화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결정될 전망.
남북대화사무국의 한 당국자는 『당초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2∼3편을 후보로 준비했으나 「씨받이」는 아무래도 좀 선정적이란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고 설명.
◎세부일정 당일 오전 브리핑때 공개/호텔 2층에 프레스센터
○…이번 남북 총리회담에는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뜨거운 취재전도 예상. 공보처측은 대체로 국내기자 2백∼3백명,외신기자를 1백∼1백50명정도로 추산하고 있어 적어도 3백명,많으면 5백명의 내ㆍ외신기자들이 인터컨티넨탈로 몰릴 것으로 예상.
○…정부는 회담장인 인터컨티넨탈호텔에 오는 3일 오후 3시부터 프레스센터를 개설,7일 오후 5시까지 운영키로 결정.
호텔 2층에 설치될 프레스센터는 2백76평규모로 ▲내신 ▲외신 ▲북측 기자실 ▲휴게실 2곳등 5부분으로 구성.
북측 대표단의 경호와 신변안전을 위해 회담대표단의 구체적 일정을 비밀에 부치고 있는 정부는 프레스센터에서 매일 오전 9시30분에 브리핑을 하는 정례브리핑에서 당일 세부일정을 발표할 방침.
정례브리핑은 오후 3시30분에도 한차례 있어 모두 두차례가 매일 시행되는데 김형기대외공보관은 『발표할 사항이 있건 없건 매일 브리핑을 하고 기자들과 만나겠다』고 발표.<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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