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극단 시키의 '라이온 킹' 깜짝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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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엄마, 저게 뭐야?"

"치타야. 세상에서 가장 빨리 달린대.

저 길쭉한 건 알지? 기린."

29일 서울 잠실 '샤롯데' 극장. 빈자리 하나 없이 빽빽이 찬 객석은 어린이를 사이에 둔 가족 관객이 '주류'였다. 2,30대 미혼 여성 혹은 4,50대 중년층이 보통 공연장의 주 관객인 것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뿌웅-'하며 터져 나오는 방귀 소리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아버지 사자가 죽자 훌쩍거리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공연장의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수많은 논란과 사건 속에서도 28일 대장정의 막을 올린 일본 극단 시키(四季)의 '라이온 킹'. 그들을 맞아준 것은 국내 뮤지컬계의 피켓 시위가 아닌 가족 단위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였다.

28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개막 공연에 이어 29일, 일반 관객에게 첫 모습을 보인 '라이온 킹'은 시작과 함께 무대를 아프리카 초원으로 이끌고 갔다.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두 마리의 기린, 객석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코끼리는 그 웅장함으로 인해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 하기에 충분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왕위 계승자인 '심바'가 숙부 '스타'의 계략에 빠져 고행을 겪다 왕위를 회복한다는 내용. 그러나 뮤지컬 '라이온 킹'의 묘미는 숨가쁘게 돌아가는 볼거리다. 사람 얼굴 위에 탈을 쓰고 그저 동물 흉내내기에 불과한 게 아닌, 사람과 동물이 한 몸이 된 듯 움직이면서도 분리된 듯한 2중 분장은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 넘으며 동물을 현실감있게 재현해 냈다. 객석으로 쏟아질 듯 달려오는 들소떼 장면, 무대 바닥으로 사라졌다 다시 튀어나오는 입체적인 원형 무대, 코끼리 뼈로 만든 하이에나 소굴의 음습함과 황량함... 리얼리티와 간결함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무대는 관객의 상상력을 충족시키며 2시간40분을 가뿐히 통과했다.

올 연말까지 예매율은 60%. 특히 가장 좋은 좌석인 S석(9만원)은 90%에 육박하고 있다. 첫 선을 보인 '샤롯데'극장은 1.2층 맨 뒤쪽과 좌우 가장자리에서 보기에도 불편하지 않아 국내 첫 뮤지컬 전용 극장이란 이름값을 했다. 옥에 티는 좌석 앞뒤가 좁다는 점이다.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한국어가 서투른 몇몇 배우들의 발음은 대사를 이해하기 어렵게 했고 아역의 연기도 다소 어설펐다.

◆ 뮤지컬 라이온 킹(Lion King)=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을 디즈니사가 동명의 뮤지컬로 만들었다. 97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세계 3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빅히트 중이다. 이번 한국 공연은 '라이온킹'의 아시아 판권을 보유한 일본 시키 극단의 라이선스 공연. 시키는 98년 일본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이후 8년째 장기 공연하며 일본 내에서만 5000회를 넘겼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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