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주관광 여성 안사리는 또 하나의 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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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히잡(이슬람 여성 머리 두건)을 쓰지 않은 안사리가 보일까봐 이슬람 천문학자들은 하늘을 쳐다보지 않는다." 최근 이란에서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퍼지고 있는 농담이다.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관광객인 이란 출신 아누셰 안사리(40.사진)가 조국에서 얻는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

"라마단 단식은 두 달 동안 해야한다. 하늘에 달이 두 개이니까." 지난달 23일에서 이달 22일까지 한 달간 계속된 단식기간 중 '달'이 된 안사리가 하늘에 있었기 때문이란다. 이란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달에 비유한다. 라마단의 시작과 끝은 초생달을 보고 정하는데 하늘에 달이 두 개 있었으니 올 해는 한 달이 아닌 두 달 간 단식을 해야한다는 우스갯 소리다. 안사리는 11일 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라마단 기간인 9월 29일 지구로 돌아왔다.

9월 18일 안사리가 우주선을 타면서 이란 언론은 뜨거워졌다. 그의 무사 출발과 귀환을 축하하는 두 번의 행사가 수천 명이 참가한 가운데 테헤란 시내에서 열렸다. 이란 방송들은 11일 간의 여행 일정을 소개하는 방송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보수적인 이란 국영방송조차 우주선을 타기 직전 안사리와의 전화인터뷰를 생중계했다. 안사리는 인터뷰에서 "나의 여행이 이란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블로그(anoushehansari.com)는 이란에서 온 메시지로 가득했다.

테헤란에 사는 여대생 유네시(19)는 "우주로 떠나는 안사리를 보는 순간 나도 자유롭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사리의 우주여행은 엄격한 이슬람 그리고 중동의 가부장적 전통에서 억압받고 있는 이란 여성들에게 꿈을 심어주었다. 월간지인 '자난'의 로야 카리미 기자는 "이란 여성들이 요즘처럼 세상 일에 열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이란에서 태어난 안사리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전기공학으로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남편과 함께 정보기술(IT)업체인 텔레콤테크놀로지스(TTI)를 설립하고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거액을 모았다.

이들 부부는 2000년 회사를 5억 5000만 달러(약5000억원)에 매각하고 다른 회사를 차렸다. 달 여행비로 1900만 달러(약 180억원)를 러시아에 낸 안사리는 24일 달 여행기금으로 910만 달러(86억원)을 추가 기부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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