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대책 실패?…정부 위기감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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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야심작, '8.31대책'이 뿌리채 흔들리는 것인가.

청와대와 정부 내부에서 8.31대책의 실패 가능성을 전하는 위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부동산정책을 담당해 온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관련 대책을 함께 고민해 온 전문가들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어 그동안 추진해 온 이 대책에 대해 낙담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세제책과 함께 8.31대책의 핵심은 '공급 확대'다. 검단신도시를 지정, 발표한 추가 신도시 개발 방안도 이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같은 추가 신도시 계획을 본격적으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벽에 부딪혔다. 공식적으로 추가 신도시를 발표하기도 전에 예상 후보지 일대 부동산시장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성급함을 집중 추궁하는 이유도 결국 이런 위기의식이 담겨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자칫 정책 실패를 안겨다 줄 수 있는 상황으로 흐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황당하기는 건교부도 마찬가지다. 건교부는 추가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지난 27일 과천청사에서 시중 부동산정보업체와 관련 전문가들을 불러 관련 회의를 진행하면서 정중히 '협조'를 요청했다. '부동산시장을 자극하거나 교란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등 그동안의 고압적인 자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보업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같은 태도 변화에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지 몰라 당황해 했다. 한 참석자는 "(건교부가)뭔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달했다.

건교부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아끼는 대신, 정확한 시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자세로 임했다.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잘해보기 위해 가급적 많은 얘기를 듣는 자리였다"며 짧게 답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정부가 효과적인 측면에서 8.31대책에 대한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지녔다고 평가해 온 8.31대책 조차도 핵심사안인 시장 안정을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가진단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참여정부 출범이후 그동안 수십차례에 걸쳐 모든 규제책을 쏟아낸 상태여서, 더이상 추가로 내놓을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한 전문가는 "8.31대책은 10.29와 3.30대책 등 참여정부의 주요 부동산정책을 아우르는 결정판이란 점에서 청와대의 심각성이 나타나고 있다"며 "건교부도 결국 시장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상황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음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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