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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취업 확대 순탄치 않다|내년 시행 「2% 고용 의무화」에 엇갈린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노동부가 내년 1월 「장애인 고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 방침을 정한 시행령을 23일 입법 예고 불구라는 이유로 직장 생활의 기회를 박탈당했던 장애인들에게 본격적인 「취업 시대」가 열리게 됐다.
노동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일부 기업체에서는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전용 생산라인 설치 등 준비 작업을 벌써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업의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라고 반발하는 등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어서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럭키금성사의 경우 장애인 고용에 대비, 장애인 전용 생산라인 설치를 적극 검토하면서 각 지역에 분산된 사업장별로 고용할 경우 편의시설 마련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포장분야 등 장애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장에 집중 배치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미 장애인 시설에 부품 납품 하청을 주고 있는 삼성그룹도 장애인들이 전담하는 부품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또 삼보컴퓨터도 취업 규칙에 장애 부위나 정도에 따른 채용 기준선을 정하는 방안을 놓고 내부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 의무화는 가뜩이나 보훈 대상자 의무 채용으로 인해 부담을 안고 있는 기업의 형편을 무시한 처사라는 반응들이다.
K그룹 한 인사 담당 간부는 『장애인을 최대한 많이 고용한다는 방침이지만 그 전제 조건으로 ▲어느 정도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데다 ▲외부 고객 등에게 자칫 거부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사용자와 고용자간의 부서 배치에 대한 원만한 합의가 어렵다는 점등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도저히 의무 고용 비율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이 경우 종업원 숫자가 많은 대그룹은 부담금 납부로 인한 재정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업체인 D사 한 관계자도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업체는 장애인 고용 확대가 사실상 어려운데다 시설 투자 등 새로운 재정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차라리 부담금을 내기로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를 비난하기 전에 기업의 형편과 특성 등을 고려치 않고 일률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한 정부 방침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장애인 고용 촉진과 이채필 사무관은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도 직업 능력이 있는 어엿한 사회인이라는 사용자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장애인 스스로도 직업 생활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야만 이 법이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이 법률 시행령은 ▲종업원 1백명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전체 종업원의 2%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하며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는 신규 채용 때 채용인원수의 2%이상을 뽑도록 하고 ▲이같은 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장애인 1인당 노동부기준 월 최저 임금의 60%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매월 내도록 하고 있다. <이덕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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