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감호제 확대는 신중히(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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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날로 늘어가는 흉악범죄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대응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민생치안의 확립은 국민의 정부에 대한 최우선적인 요구의 하나다.
따라서 민자당이 내무ㆍ법무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민생대책특위까지 열어 흉악범죄의 억제책을 논의한 것 자체는 일단 의욕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거기서 논의된 주요 대책이란 것이 보호감호제의 적용요건을 확대하는 지극히 대증적이고 고식적인 것임에 우선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 적용요건의 확대 자체가 반인권적이며 법리상으로도 위헌적인 측면을 내포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클뿐 범죄 억제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점에서 찬성하기 어렵다.
흉악범에 대해선 정부가 강력히 대처해야 하며 흉악범죄의 억제를 위해 필요하다면 보호감호제의 확대적용등 중형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않은 사실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런 법감정을 가질만큼 범죄는 극성을 부리고 있고 그 범죄의 대다수가 전과자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것 역시 통계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권이나 법리를 논하기 이전에 보호감호의 적용확대를 통해 흉악범죄가 과연 억제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분명히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범죄가 특정 몇몇에 의해서만 반복적으로 저질러진다면 보호감호등의 중형주의가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끊임없이 범죄자를 양산해내고 있는 한 그것의 효과는 지극히 미미하고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법이 느슨해서 범죄가 극성을 부린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대단히 안이하고 피상적인 생각이다.
우리 법처럼 중형주의를 택하고 있는 법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더 강화하겠다는 사회보호법의 현재 내용만을 보아도 더이상 어떻게 응징을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적용범위가 넓고 웬만한 재범에는 모두 보호감호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2회이상 금고이상의 실형을 받고 형기 합계가 3년이상인 자가 같은 종류의 범죄를 저지르면 보호처분이 가능하다. 게다가 그 동중의 범죄란 「죄질ㆍ범죄의 수단과 방법ㆍ범죄의 경향및 유형을 종합해 동종이나 유사한 범죄하고 인정될 경우」라는 귀에 걸면 귀고리,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적용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2회이상 실형에 3년이상 복역자이면 누구에게나 보호감호처분을 추가할 수도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자체도 문제가 있는 것이거늘 어떻게 이것을 더 확대 적용하겠다는 말인가.
사회보호법의 반인권적ㆍ위헌적 측면에 대해선 과거에도 많은 지적이 있었다. 죄형법정주의를 들먹일 것까지도 없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법이 정한 벌을 다 받은 사람에게 앞으로 죄를 또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가정아래서 또다시 벌을 가한다는 건 상식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재범률의 증가는 주로 사회의 구조적 원인과 교도행정의 미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보호감호제의 강화는 이미 경험하고 있듯이 더욱 더 발악적인 범죄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당정은 임시변통의 구상만 할 게 아니라 좀더 근원적인 대책을 내놓아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법강화가 결코 만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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