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돌연 「화해공세」/“뭔가 있다” 관측… 서방 대응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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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라크가 21일 후세인대통령의 TV연설과 아지즈외무장관의 기자회견등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용의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제까지 강경으로만 치닫던 이라크의 입장에 어떤 변화조짐이 있는 게 아닌가 하여 과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암만에서 있었던 아지즈외무장관의 기자회견은 미국의 일방적인 해상봉쇄와 이라크의 서방외국인 억류로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언론들과의 전격적인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라크가 서방측에 분명히 강조해서 전달해야 할 만한 중요한 자세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회견장에 몰려든 3백여명의 외신기자들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현사태의 매듭을 풀 만한 획기적이고 가시적인 제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이날 10여차례나 미국과 대화및 협상용의가 있음을 누누이 강조했다. 더구나 이날 그는 아랍권 공식회견장에서는 거의 금기로 돼있는 영어로 시종일관 기자회견을 진행,그가 밝힌 대화용의의 진실성을 증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그가 『전쟁은 미국의 의도지,이라크의 의도는 아니다』고 강조했듯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이라크로서는 최대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불행한 사태발생시 그 책임을 미국에 돌릴 수 있다는 계산된 제스처로도 풀이되고 있다. 이 회견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국은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어떠한 대화의 가능성도 없다』고 일언지하에 이라크측의 협상제의를 거부,화전양면작전을 구사하는 이라크의 의도에 말려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성전」을 내세우며 인질전을 감행하고 있던 이라크가 대화를 정식으로 제의한 것은 단순한 제스처로만 볼 수는 없지않느냐는 지적도 강하게 일고 있어 서방세계의 재고여부가 주목된다.<암만=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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