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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여전히 인기 좋지만 시청자 만족도는 '평균 이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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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친딸을 며느리로 맞는다는 설정으로 논란을 빚었던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

결혼 전에 낳은 딸을 며느리로 맞고(SBS '하늘이시여'), 아버지와 아들이 연적으로 맞섰다.(KBS1 '열아홉 순정') 심지어 혼전 임신한 딸을 두고 친정 아버지와 예비 시어머니가 "서로 책임지라"며 양쪽 집으로 끌고다니는 가 하면 자신의 친구와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룸살롱에 불러 모욕을 주는 장면도 버젓이 전파를 탔다(KBS2 '소문난 칠공주').

?"드라마 소재 지나치게 자극적"=결혼 전 과거, 혼전 임신 또는 출생의 비밀 그리고 불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비윤리적이며 불안정한 가족관계다. 드라마 속의 이 같은 소재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극적 재미를 위한 드라마 속 장치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며 드라마 속 가족관계에 비정상적인 부분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방송위원회가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연 'TV 드라마의 질적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다.

정영희 이화여대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방송위가 5~7월 3개월간 방송된 지상파 TV 주요 드라마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인용해 "시청 대상과 드라마의 소재, 가족관계에 대한 묘사 등에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한 폭력적.선정적인 장면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한편 욕설과 비속어가 일상적.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래도 드라마는 강하다"= 8월을 기준으로 지상파 3사 4개 채널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는 모두 32편(4750분). 전체 프로그램 편성시간(3만3250분)에서 14.3%를 차지했다. "자극적이다, 선정적이다, 지나치다" 욕을 하면서도 본다더니 드라마의 힘은 대단했다. 이호준 방송위원회 평가분석부 선임조사관이 '지상파 TV 3사 드라마 편성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드라마 시청률은 평균 4.7로 뉴스와 시사보도, 버라이어티쇼.코미디 등 15개 장르의 시청률(0.9~4.0)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특히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전달하는 도구인 '방송도달력'에서도 드라마가 28.71%로 편성시간(5432분/16.33%) 1위인 뉴스(14.43%)를 제치고 수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청자의 만족도와 질적 평가를 합친 수용자평가지수(KI)에서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0점 만점에 6.96점에 불과해 15개 장르의 전체 평균지수(7.06)에도 못미쳤다.

?"사전제작이 해결책"=정 연구원은 "현재의 드라마 제작 관행에 따르면 시청자의 변덕스러움에 편승해 주제의 일관성과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드라마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전제작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역량있는 작가를 찾아내 다양한 소재를 개발, 드라마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고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쾌걸춘향'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혔다.

이 선임조사관은 "드라마는 대중적 인기나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다른 어떤 장르의 프로그램보다 중요성을 지녔다"며 "편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드라마에 대한 논의의 수준을 인상주의적 지평에서 과학적 비평 수준에 이르게 하고 나아가 품격 높은 드라마 제작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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