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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판 노벨평화상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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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프리카의 정치 지도자 가운데 부패를 추방하고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5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

수단 출신으로 현재 영국에 거주하는 기업인 모(하메드) 이브라힘(60.사진)이 26일 이런 계획을 발표했다. 아프리카의 부정부패 추방에 기여한 지도자에게 주는 이른바 '아프리카판 노벨 평화상'이다.

500만 달러(약 50억원)란 상금은 노벨 평화상 상금(130만 달러)의 거의 네 배에 달한다. 그러나 그는 매년 수상자를 뽑지는 않을 것이며 몇 년에 한 번씩 선정할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가 이런 거액의 상금을 내건 것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립을 위해선 무엇보다 부패 없는 깨끗한 정치가 들어서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 이브라힘상'이라고 명명된 이 상은 치안.보건.교육 및 경제개발 측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달성한 국가 지도자에게 수여된다.

10년 동안 매년 50만 달러를 주고, 평생 연간 20만 달러(약 2억원)를 추가 지급한다. 따라서 오래 살면 받는 상금도 많아진다. 먹고 살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상금을 줄 테니 부패 유혹을 떨쳐버리라는 것이다.

이 상은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한 정치인만 수상 대상이 된다. 이브라힘은 "아프리카가 그동안의 실패를 극복하려면 나쁜 지도자와 부패한 통치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그만둘 때 저택과 고급 승용차, 비싼 포도주와도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 이브라힘 재단'은 미국 하버드대에 53개국 아프리카 국가들의 재임기간 업적의 평가를 위임할 계획이다. 이브라힘은 또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1946년 수단에서 면화가공 공장 직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이집트에서 성장했다. 수단 북부와 이집트 남부에 걸쳐 사는 흑인 부족인 '누비아' 출신이기 때문에 두 나라가 모두 고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집트 북부 알렉산드리아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에 유학했다. 브래드퍼드대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를 취득한 뒤 버밍엄대에서 이동통신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에서 일하다 이동통신 컨설팅회사를 설립했고 이를 바탕으로 98년 휴대전화 회사인 셀텔(Celtel)을 세웠다. 아프리카 15개국에 무선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온 셀텔을 지난해 쿠웨이트 이동통신회사에 34억 달러를 받고 팔았다.

아프리카 출신 기업인 중 가장 성공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빈민 구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활동 덕분에 그는 여러 차례 아프리카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제인으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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