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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어야 당당하게 늙지" 서울시 실버취업 박람회 대성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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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몸이 성할 때 일을 해야 노년이 편하지. 사람은 움직여야 늙지 않는 거야."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3 하반기 실버취업박람회'를 찾은 박광순(62.여.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씨 부부는 1천평이 넘는 행사장을 꼼꼼히 돌며 업종.급여조건 등을 살폈다. 한식당을 접고 지난 5년 동안 손자들을 돌보며 소일하다가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朴씨는 "돈을 벌어야 늙어서도 당당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55세 이상 장.노년층 취업 희망자들을 위해 구인.구직자 간 만남의 장으로 마련한 이번 취업박람회는 첫날 1만8천여명이 찾아 1만여통의 이력서가 접수되는 등 노인들의 구직행렬이 이어졌다.

행사장에서는 외국어 통역.번역 관련 업체들이 모인 '외국어 전문직 채용관'과 주례.주유원 등을 채용하는 '서비스.영업직 채용관'이 특히 인기였다. 마땅한 주례를 찾지 못한 신랑.신부의 주례를 알선해 주기 위해 대학졸업자로서 50회 이상 주례를 본 노인을 구인조건으로 내건 주례업체에는 정장 차림의 노인이 줄을 이었다.

특히 20여명을 채용하는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널드 부스는 아셈점에서 일하는 김상학(75.서울 구로구 개봉동) 할머니가 자신의 경험담을 직접 들려주며 취업 상담을 해 눈길을 끌었다. 1년반째 매일 6시간씩 근무하는 金할머니는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할아버지들이 '예쁘게 하고 어딜 가느냐'고 말을 걸어올 정도로 생활이 활기차다"며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항상 웃는 얼굴로 서비스하다 보니 더 건강해지고 젊어지는 것 같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날 선보인 일자리가 지나치게 육체노동에만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우순자(62.여.인천시 갈산동)씨는 "문서작성과 컴퓨터에 자신이 있어 사무보조직을 희망했는데 채용하는 직종이 간병인.파출부.경비원.청소원 등 육체노동이 대부분"이라며 "50대 이전이면 몰라도 60대 이후 노인들, 특히 여성에겐 버거운 일자리"라고 말했다.

한편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실버박람회에서는 모두 3백62개업체가 ▶주유원▶영업직▶경비.미화▶운전▶택배 등 19개 직종에서 3천9백여명을 모집한다.

박현영 기자<hypark@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사진 설명 전문>
취업을 원하는 노인들이 28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린 실버취업박람회장에서 구인광고문을 살펴보고 있다. 3백62개 업체가 참가한 이 행사에서는 29일까지 이틀 동안 55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3천9백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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