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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니 발리섬-원시의 자연과 때묻지 않은 순수가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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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상에는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들도 많지만 생활 형편이 우리보다 못한 나라들은 그보다 더 많다. 동남아시아의 관광 지역으로 손꼽히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은 특히 인건비가 싸 웬만한 회사 주재원이면 가정부 하나 둘을 고용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 한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형편이라는 것은 매우 빠르게 변하는 법.

<생활 자체가 종교>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왕년에 이루어놓은 문화 유산들을 살펴보면 이방인이 쉽게 그들의 지금 처지를 안타깝게만 여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적도 위쪽부터 남반구까지 동서로 활 모양처럼 길게 뻗은 인도네시아의 역사도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깊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이 나라의 「보로부두르 사원」은 이미 9세기 무렵에 이룩한 세계 최대의 석조 불교 유적.
이 시기를 전후한 약 1천년 동안 자바섬을 중심으로 세련된 문화와 위세를 떨쳤음이 사실로 나타나 있다. 학교에서 배웠던 「자바원인」도 바로 인도네시아의 중심이 되는 섬인 자바섬에서 발견된 것으로 직립 보행을 했던 인간의 원조로 추정되고 있다.
이 자바원인의 두개골은 현재도 자카르타에 소재한 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인도네시아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좀 딱딱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지리적·종교적·정치적 배경을 개괄적으로나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외래 여행객이 많은 곳은 발리섬. 인도네시아인의 90%가 이슬람교도인데 비해 발리섬에서는 힌두교에 그들의 토속 신앙을 약간 가미한 듯한 「발리 힌두」를 하나의 생활 종교처럼 들이고 있는데, 종교에의 이 아니라 생활의 리듬체인 것처럼 보인다.
그네들의 여러가지 춤도 이러한 생활의 일부다.
숱한 외래객들이 영주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발리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과 생활 양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름다운 해변과 함께 바로 이들의 오래된 생활의 마음을 사로잡는 국제적인 관광 휴양지로 발전시켰음에도 틀림없다.

<원숭이 재롱 받아>
발리의 여러 춤들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오페라처럼 개략적이나마 스토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공연장에는 세계 각국어로 된 해설서를 비치해놓고 있다. 해외 여행객이 많아짐에 따라 우리말로 된 것도 있다.
필자가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은 「원숭이 댄스」라고 불리는 「깨짝」. 아트센터의 야외 어둠 속에서 행해지는 이 공연을 위해 1백명 정도에 달하는 원주민 남자들이 참가하는데 노인과 젊은이들의 일사불란한 호흡, 차차…초초… 등 갖가지 기괴한 원숭이 소리는 차라리 인간의 공연이라기보다는 자연의 박동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숱한 동물들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발리 사람들의 모습은 여기 저기서 느껴지지만 관광객들도 직접 여기에 가담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원숭이 숲」이 그 곳이다.
이곳에는 수천마리는 넘음직한 원숭이가 숲으로 난 길이나 나무 위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여기서는 원숭이들의 소매치기에 대비해 호주머니를 단단히 잠그고 심지어는 볼펜까지도 잘 간직해야 한다.
얼마 정도의 팁을 주고라도 상주 안내원과 동행해야 무섭지 않을 정도인데, 우리에 갇힌 원숭이에게는 제법 먹을 것이나 돌을 던지기도 하고 놀리기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관람객들은 수적으로 열세인데다가 방생되어 있는 원숭이들에게는 맥을 못 추게 되고 어깨와 손바닥에 올라탄 원숭이를 보면서 사진 찍기에 아우성이게 마련이다.
이런 관람객들을 위해 원숭이들을 달래면서 어르는 발리 사람들에게서 재미있기에 앞서 때묻지 않은 순수성을 발견할 수 있다. 「문명에 찌들어 있는 사람들의 돈」이 아름다운 자연을 얼마나 오염시켜 놓았는지도 또한 발리에서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가 막히게 빛나는 해변의 백사장과 도로를 단단한 성곽처럼 차단시켜 버린 상점과 숙박시설들, 발려 걸 프렌드를 소개시켜주겠다고 접근하는 현지 주민들, 부른 액수의 반값 이하로도 흥정되는 물건값들….
방 바다에서 바람을 쐬는 숙박객에게 순시를 돌던 경비원도 접근하고, 기념품 상점에서 물건을 파는 처녀애까지도 외래객에게 걸 프렌드가 필요하면 소개시켜주겠다고 떠볼 정도니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이 순수함들을 망쳐 놓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발리에는 아직 많은 전통과 자연과 순수와 아름다운 해변이 남아 있다.

<투명한 바닷물>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 빨려 들어갈 것처럼 투명한 바닷물, 세계 각국에서 와 젖가슴 드러낸 여인네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쿠타 해변=발리의 국제공항인 덴파사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해변으로 비교적 값싼 숙박 시설이 많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모래가 검은 편이어서 다른 해수욕장과 비교하면 약간 뒤지는 느낌이나 석양에 붉게 물드는 무렵의 풍경이 무척 아름다워 저녁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한 곳.
▲누사두아 패변=발리에서는 가장 최근에 개발된 곳이어서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신축 고급 호텔이 대부분이다. 호텔 외에는 상가나 레스토랑이 드물어 무척 한적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가족끼리의 휴양지로 좋으나 고급 호텔들이라 체재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사누르 해변=「코티지」라고 불리는 연립 주택 풍의 숙박 시설과 격조 높은 호텔 등이 많은데다 하얀 모래사장 등 어딘지 서양 냄새가 나는 곳이다. 가까운 곳에는 마이에르 박물관이 있어 「발리의 어제」를 볼 수도 있다. 커누로 2∼3시간 거리에 있는 렘봉안섬·스랑안섬 등도 있으며, 달리는 보트에 매달려 낙하산으로 공중에 떠는 「패러세일링」도 해볼만한 모험 (?) 스포츠다.
▲조그자카르타=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와 발리섬의 중간쯤에 위치한 고도. 발리섬 관광과 함께 인도네시아 유적 관광을 위해서는 꼭 들러야 할 곳이다. 흔히 현지 사람들은 「족자」라고 줄여서 부르는데 「보로부두르 사원」도 이 지역에 있으며, 왕궁·소노부도요 박물관·바틱 공장 등 볼 것이 많다. 백준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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