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여성에 취업문 넓혀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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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성의 사회진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수준이 높아지고 핵가족화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여성들의 가사부담이 줄어짐에 따라 「여자는 집에서 아이나 보는 존재」로 취급해온 전통적 남성쇼비니즘의 의식은 더이상 타당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89년 한햇동안 여성취업자수가 비율에 있어서는 그 전해에 비해 5.2%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남자취업률이 2.9% 증가에 머무른 데 비하면 여성들의 사회진출속도가 얼마나 급속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자신의 자질과 교육정도에 합당한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기회는 남자들에 비해 지극히 좁다. 특히 대졸이상의 학력을 가진 여성의 경우 그 정도는 훨씬 높다. 대개의 경우 취업을 하게되더라도 자신의 자격과는 동떨어진 단순업무직에 머무르게 되어 있다.
노골적으로 여성을 취업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년이후 출생한 남자로서…』라는 단서가 붙은 사원모집 광고는 지난해말 그런 광고를 낸 8개사가 고발당함으로써 사라지게 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취업전선에서 여성차별 관행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하나의 예로써 최근 포철에서 실시한 대졸여성 공채에 몰려든 지원자수를 지적할 수 있다. 50명을 모집한 이 시험에 2천여명의 지원자들이 몰려들어 40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많은 수의 대졸여성들이 몰리는 주된 이유가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들에게 남자들과 같은 취업기회를 주지 않고 있는 사회적 관행에 있다고 본다.
이와같은 현상은 이제 바뀌어져야 한다. 가정이 중요하고 가정을 지킬 주역이 여성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직장을 택하는 여성에게는 남자와 동등한 취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것은 불가피하게 변하고 있는 사회환경속에서 사회전체의 건강을 위해,또 여성교육에 쏟아넣은 사회적 비용을 사장하지 않고 생산적 활동으로 활용하기 위해,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개인으로서의 여성에게 종속적이 아닌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보람을 살려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고용정책이 진보적으로 바뀌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남성위주의 편협한 사고방식이 현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성에게 공정한 취업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고,바로 자신의 딸이 살아갈 삶을 좌우하는 문제임을 사회지도층이 인식하는 데서 그런 사고방식의 전환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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