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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시계 북한에 안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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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스위스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에 따른 대북 제재에 26일 착수했다. 핵무기.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은 물론 고급 시계 등 각종 사치품 거래도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 스위스제 시계 공급 끊길 듯=스위스 연방경제부의 오스마 비스 수출입 통제.제재 담당관은 25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제재에 따라 군사 물자는 물론 군사.민간용으로 모두 쓸 수 있는 '이중 용도' 물품의 수출입도 규제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스위스가 지난 8년간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계 공구 등 이중 용도 물품을 북한에 수출한 실적은 40만 달러 미만"이라며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롤렉스를 포함한 스위스제 고급 시계 등 사치품 공급 중단이 북한 최고 지도부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비스 담당관은 "시계를 포함해 캐비아.포도주.담배.향수.고급 의류.카펫.모피.다이아몬드.전자제품.자동차.음향기기.예술품 등이 수출 금지 대상"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역시 시계다. 비스 담당관은 "지난해 북한에 수출된 사치품은 23만7000달러어치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 워싱턴에 본부를 둔 '자유아시아 방송(RFA)'은 스위스시계산업연합 자료를 인용해 "북한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2400만 달러(약 240억원)어치의 스위스 시계를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 '김정일 비밀계좌' 처리는=스위스 정부는 이번 제재에서 자국 은행에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의심받아온 비밀계좌 부분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여러 차례 이에 대한 조사를 압박해 왔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테러.금융범죄 담당 차관은 8월 "북한이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은행들에 불법 자금을 숨겨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을 예로 든 것은 예금자 정보를 철저히 보호해 온 스위스 은행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4월 서울의 한 강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스위스 비밀계좌 40억 달러 보유설에 대해 조사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어떤 나라가 핵무기를 만들 것이며, 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선언했다면 그 나라는 자금을 조사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게 합당하다"고 답했다. 스위스 은행에 북한의 비밀계좌가 실제로 있다면 스위스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협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검은 돈'의 천국이었던 스위스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최근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스위스의 금융 규제가 강화되자 한 일본 언론은 "북한이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를 룩셈부르크로 옮겼다는 설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선하.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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