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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시아 기업 분쟁 급증 … 서구 주도 중재 탈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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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과 국제중재실무회, 대한상사중재원이 주최하고 본사가 후원한 ‘2006 국제중재대회’가 2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신인섭 기자]

"중재는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신사의 도구입니다."

서지 라자레프 국제상업회의소(ICC) 세계경영법률센터 회장의 말이다. 흔히 한국에서는 '국제중재'라고 하면 뭔가 심각하고 복잡한 사건이 터진 것으로 여기지만 외국 전문가는 이런 비유를 써서 중재의 장점을 설명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국제중재실무회 회장인 서울대 장승화(법학) 교수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들은 국제중재를 '소비자 친화적'이지 않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국제중재는 늘어나는데 법 체계의 차이점 등의 이유로 여전히 국제중재를 어렵게 느낀다"고 지적했다. 동아시아 국가의 관점에서 국제중재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국제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 국제중재실무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중앙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 김앤장.태평양.광장 등 법무법인, 한화그룹 등이 후원하는 '2006 국제중재대회'가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26일 개막됐다. 이틀간 열리는 이 대회에는 국내외 로펌 소속 변호사와 법학 교수, 기업인 등 전문가 200여 명이 참가했다.

박삼규 대한상사중재원장은 "아시아 시장의 국제중재 신청은 대개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몰려 한국 기업들이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연호 변호사(국제중재실무회 부회장)는 ICC 등 외국에서 국제중재를 할 경우 중재인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비용이 부담스러워 국제중재를 포기하는 반면 대기업만 중재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들리 오스틴 법률사무소의 앨런 킴 변호사는 "ICC 중재법원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 오랫동안 중재를 해오면서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기업에 더 익숙한 경향이 있다"며 "국제중재도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국제중재에서 중재인은 서구 출신이 주로 선정돼 왔는데, 이 경우 아시아 국가들은 법.문화적 차이, 언어 문제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아 왔다"며 "문화적으로 아시아 문화에 친숙하거나 적어도 중립적이고, 공정한 중재인을 선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프라이스 호주국제상사중재센터 회장은 "아시아에서 중재가 늘고 있는 만큼 아시아 지역 중재기관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중재=중재(Arbitration)란 분쟁 당사자 간의 중재 계약에 따라 법원의 판결에 의존하지 않고 사인(私人)인 제3자를 중재인으로 선정해 중재인의 판정에 복종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국가공권력을 발동하여 강제집행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다. 중재판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판정에 불만이 있어도 재판처럼 2심 또는 3심 등 항소절차가 없는 단심제다. 소송은 보통 대법원까지 2~3년이 걸리지만, 중재는 국내 중재가 약 4개월, 국제 중재가 6개월 정도 걸려 매우 신속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게 장점. 중재 절차는 기업의 영업비밀 혹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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