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멋내기…디카는 주부 필수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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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세대 주부들에게 인터넷은 필요조건,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는 충분조건이라고들 한다. 육아일기에서부터 멋내기까지. 신세대 살림꾼 주부에게 디카는 빠뜨릴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중앙일보 주부통신원 박영이(29.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씨가 육아.교육.패션 정보.요리 등에 이르기까지 알짜배기 디카 이용법을 직접 알려줬다.

◇병원갈 때도 디카를!=얼마 전 딸아이 주원이(4)가 갑자기 장염증세를 보여 인근 소아과를 급히 찾았다. 의사선생님이 물었다. "아이의 변이 어떻던가요?" "아! 예. 여기 담아왔어요." 나는 아이의 변을 찍은 디카를 내밀었다. 예전 같으면 아이의 똥기저귀를 급히 싸들고 병원에 달려갔을텐데, 디카가 생긴 이후 이런 일은 없어졌다.

인터텟을 통한 사이버 진료에도 디카는 한몫한다. 직접 진료받기가 꺼려지는 치질 같은 병은 디카로 자신의 항문을 촬영해 사이버 닥터에게 보내보자. 직접 진료받은 것만은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진단 결과는 바로 얻을 수 있다.

◇디카로 쓰는 육아일기= TV에서 '동물의 왕국' 등 자연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때 화면을 찍어두면 아이에게 동물 및 자연교육의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얼마 전 TV에서 나무늘보의 사진을 찍어 주원이와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보고 또 보며 즐거워했다. 한국의 동물원에서 볼 수 없는 야생 동물사진의 경우 더욱 요긴하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그림용 사물카드 외에 딸기.바나나 등 실물을 디카에 담아 인화하거나 프린트하면 멋진 사물카드가 탄생한다.

요즘 개인 홈페이지마다 인기인 포토일기도 디카의 산물이다. 글과 함께 해당 사진을 올려두면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다. 디카나 포토샵 편집을 통해 육아일기를 쓰는 친구들을 많이 본다. 앨범을 따로 정리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아이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살림꾼 주부의 좋은 친구=지난주 남편이 회사에 내야 한다며 주민등록증의 앞뒤를 복사해 달라고 했다. 이때도 디카는 문방구까지 가야 하는 발품을 덜어준다. 주민등록증을 접사로 촬영해 e-메일로 송신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가끔 은행통장을 복사해 멀리 있는 기관에 제출해야 할 때에도 같은 방법을 쓰면 된다.

이사할 때 포장이사 업체에 맡길 경우 이사 가기 전에 가구의 위치 및 싱크대의 그릇 배치 등 집안 곳곳을 미리 찍어둔다. 새집에 이사가서 이삿짐센터 직원에게 그대로 배치하고 정리해 달라고 부탁하면 편리하다.

신문이나 잡지의 유용한 정보 및 전단지.간판 등의 전화번호 등을 적어두려 해도 종이 찾고 연필 찾다 보면 귀찮아질 때가 많다. 이때도 디카로 촬영하자. 매우 요긴하게 쓸 수 있다. TV에서 요리강좌 등을 할 때 그냥 보고 난 후 막상 하려면 잘 안되는 수가 많다. 주요 장면들을 촬영해 두는 것도 요령이다.

운전을 직접하는 주부들에게 디카는 잊지 말아야 할 필수품이다. 교통사고 또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증거 보존을 위해 디카를 늘 소지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비스가 불친절하거나 마음에 안 들 경우 해당 번호 등을 찍어두면 증거가 된다.

◇멋내기에도 도움= 다이어트에 들어가는 주부라면 반드시 디카로 전신 사진을 찍어두길! 일주일 단위로 기록하며 다이어트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사진기로 찍어 사진관에서 인화할 경우 창피할 수도 있으나 디카라면 안심이다.

내 친구 중의 한명은 외출 전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모습을 디카에 담아 표정 연습을 한다고 한다. 장롱 속의 옷을 꺼내 여러가지로 코디한 모습을 찍어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 스타일을 찾아낼 수 있다. 약간의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다면 같은 사진에 대해 색상을 달리 수정해 가면서 나에게 어울리는 머리색 등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부부 또는 가족 사진을 디카에 담아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한 후 다리미 등을 이용해 티셔츠에 새겨 예쁜 티셔츠를 만들 수도 있다. 자신이 찍은 사진에 포토샵 등 약간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십자수 도안을 손수 만들어낼 수도 있다. 연말에는 아이들 사진으로 기념일 달력을 만들어 할머니.할아버지께 선물하면 인기 만점의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한마디. 디카의 장점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성형 수술 후 성형 전의 본인 사진을 증거인멸하고 싶은 경우 프로그램을 통해 얼마든지 눈을 크게 또는 작게 편집할 수 있다. "난 자연미인이야~"하고 발뺌하는 데도 디카는 최고다.

주부통신원 박영이<parko2o2@hotmail.com>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