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영화인이 본 중동사태/불 르몽드지 기고(해외논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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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부시,집앞 청소부터 하시오”/이라크의 침공은 “질서위반 응징”/아랍인 내부 문제에 서방집단 히스테리
프랑스ㆍ영국 등 서유럽 언론들의 큰 관심이 아랍세계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지지시위에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이번 사태발발 이후 서유럽 언론가운데서는 처음으로 한 아랍지식인의 기고문을 실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다음은 「부시 대통령,당신 집앞 청소부터 먼저 하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알제리의 저명한 영화예술가인 모하메드 라크다르 하미나가 르몽드지에 기고한 글의 요약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하게된 것은 영국 식민주의가 만들어낸 작은 조각의 하나인 쿠웨이트가 이라크의 정당한 고민에 대한 배려를 거부한데 따른 것이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미국에 의해 고무된 사우디아라비아ㆍ쿠웨이트ㆍ아랍에미리트 등이 호메이니의 회교혁명의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라크를 이란과의 전쟁속으로 몰아 넣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아랍국들의 숨은 생각은 따로 있었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자신들에게 거북스런 존재가 된 이라크를 이란과의 끝도 없는 처참한 전쟁속에 빠뜨림으로써 이라크의 세력을 약화시켜 보겠다는 속셈이었다. 이 전쟁으로 이라크는 1백만명의 목숨을 잃었고,국토는 황폐화되고,빚더미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전쟁이 있기전 이들 아랍국들은 전쟁에 따른 재정적 비용을 부담하기로 이라크에 약속했었다. 그런데 막상 전쟁이 끝나자 이들 아랍국들은 쿠웨이트를 선두로 약속이행을 거부해 왔다. 자신을 위해 흘린 피의 대가를 보상하는건 아랍인들에게 있어선 하나의 전통이다.
더구나 이 나라들은 처절한 전쟁으로 파산지경이 된 두 나라(이란ㆍ이라크)와 수치스런 방법으로 상거래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부를 늘리는데 급급해 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OPEC(석유수출국기구)내에서의 이들 행동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는 양키제국주의의 압력에 굴복,OPEC가 정한 생산쿼타를 무시하고 산유량을 늘림으로써 유가하락을 초래,인도네시아ㆍ나이지리아ㆍ이라크ㆍ알제리 등 산유국 가운데 특히 인구가 많은 나라들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주었다.
이번 사태발발 이후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서방 언론들이 보여주고 있는 「집단 히스테리」를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이래 서 요르단과 골란고원 등에 대한 점령을 계속해 오고 있다. 유엔의 모든 결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정당한 주민에게 영토를 돌려주길 거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레바논영토의 3분의 1을 점령,그곳에 괴뢰정권까지 세워놓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그 권리와 특권을 인정해주면서 이라크,다시 말해 아랍인에 대해서는 격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부시 대통령,다른 집 앞 청소전에 자기집 앞부터 청소하십시오」,이것은 나뿐만이 아닌 알제리시정 사람들 모두의 공통된 의견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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