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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공격 자제 소강상태/다국적군­이라크 대치속 중동사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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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페만 봉쇄… 경고용 무력증강 미국/경제난ㆍ비난의식 도발 삼가 이라크
다국적군과 이라크의 직접 무력충돌의 위기가 감돌았던 지난 1주일간의 중동분위기는 미국등 다국적군의 계속된 군사력 증강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다국적군 함대가 페르시아만을 비롯,이라크가 이용 가능한 전해역을 봉쇄하면서 해상충돌의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으나 미국등 다국적군대가 대이라크 공격을 당장 감행할 의도가 없는 것 같고 이라크 역시 다국적군의 반격을 초래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무력침공을 자제,중동위기는 태풍전야의 정적감마저 돌고 있다.
미국이 항모 4척과 지상군 5만명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집결시키고 영ㆍ불ㆍ호주는 물론 벨기에ㆍ네덜란드 등이 함대를 중동으로 발진시키고 사우디아라비아 지상군및 터키가 전군비상령을 내리고 있으나 다국적군은 「방어를 위한 것」라고 군사력 증강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라크 역시 화학무기사용 불사의 위협을 늦추지 않고 있으나 대외선전을 통해 이라크가 사우디를 침공하지 않을 것임을 누차 강조,다국적군과 직접충돌을 피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대이라크 선제공격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선제공격이 세계적 여론을 악화시키고 대의명분 실추의 위험이 있으며,▲이로인한 「침략자」라는 여론과 함께 아랍권의 뿌리깊은 반미의식을 촉발하고 아랍국가들의 반이라크 전열에 균열만 만들어줄 가능성이 있고 ▲전쟁확대시 발생할 석유위기에 대한 두려움 등이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등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선제공격할 경우 이라크가 결사적으로 항전,유사시 화학무기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어 심각한 쌍방간의 인명피해 위험이 있으며 이라크가 사우디 내유전및 정유시설을 폭격,세계석유공급에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미국의 입장은 또 현재 전투가 발생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매달 4억∼5억달러의 파견군 유지비가 나가고 있다. 만일 전투가 발생,최소한 25만명까지 병력을 사우디에 증파할 경우 미국은 매달 20억달러의 전비가 소요돼 현재의 국가재정적자에 더 큰 부담을 안게되는 어려움이 있다.
이라크 역시 도발을 자제하고 있는 이유는 쿠웨이트 침공때와는 달리,제2차 도발시 다국적군의 즉각적인 대응반격이 확실시되고 공군력과 화력에서 월등한 선진국의 첨단무기가 이라크의 주요시설을 강타,8년 대이란전쟁에서 입었던 경제적 난국에 더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쿠웨이트에 이어 사우디를 침공할 경우 이라크는 지금까지 주장해온 「아랍형제의식」에 커다란 붕괴를 자초,이른바 형제국에 대한 침략자라는 아랍권의 비난을 면할 수 없는 대아랍외교의 어려움도 안고 있다.
이라크는 또 국내경제가 많이 약화돼 있는 현재 다국적군을 상대로 전쟁을 할 경우 선진국들의 경제력을 당할 수 없고 결국 소모전속에서 국가경제만 파산할 것이라는 이유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같은 쌍방간의 이해득실 계산에 따라 당분간은 상호 도발없이 군사적 대치상태만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군등 다국적군이 현재의 군사력으로는 이라크의 침공에 방어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다국적군이 이라크군사력을 제압할 수준에 이르면 미국등은 대이라크 경고및 쿠웨이트 철군을 요구하는 「힘을 앞세운 요구」를 가할 것으로 전망돼 다국적군의 사우디 증파가 어느 정도 완료될 경우 중동사태는 또다른 급전요소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등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압력과 이미 시작된 해상봉쇄,그리고 벌써부터 이라크 국내경제에 타격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경제봉쇄를 이기지 못해 이라크가 결전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다국적군과 이라크군의 군사적 균형이 깨지게 될 앞으로 2주∼1개월내의 상황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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