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낯가죽이 두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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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욕을 먹고 채찍질을 당하고도 웃어넘겼다는 왕광원의 얼굴처럼 '두께가 보통의 정도를 넘는다'고 할 때 '두텁다'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될까? 이때는 "낯가죽이 두껍다"고 해야 한다.

"모세혈관이 발달한 두꺼운 입술은 열대 지역에서는 체온 조절에 적합하지만 추운 지방에선 열 손실을 증가시킨다"처럼 물리적 두께를 나타내는 경우엔 '두껍다'를 쓰는 게 적절하다. '두텁다'는 "신임이 두텁다" "친분이 두텁다" "우정이 두텁다"와 같이 신의.믿음.관계.인정 따위가 굳고 깊다는 뜻이다.

"두터운 옷 하나를 걸치는 것보다 얇은 옷을 여러 개 겹쳐 입는 게 더 따뜻하다"처럼 '두껍다'를 써야 할 자리에 '두텁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두껍다는 "구름층이 두껍다" "지지층이 두껍다"와 같이 층을 이루는 사물의 높이나 집단 규모가 보통보다 크다, 어둠.안개.그늘이 짙다는 의미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심정(心情)적 관계가 깊음을 나타낼 때는 '두텁다'를 써야 한다.

이은희 기자

지난 기사는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홈페이지 (https://www.joongang.co.kr/korean/)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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