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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봉사] 정성 한방울 사랑 두스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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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회원들이 21일 관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할 반찬을 만들고 있다. 변선구 기자

"양배추는 어떻게 썰어야 하죠?"

"마늘 좀 다듬어 주세요. 제가 찧을게요."

21일 오후 강서구 가양동 기쁜우리체육센터 식당. 20,30대 남녀 12명이 분주히 움직였다. 4시간 안에 총각김치.오징어볶음.장조림.무생채 등 6종 90인분의 반찬을 만들어야 했다. 요리법을 적은 쪽지가 여기저기 놓여있고, 칼질하는 폼이 다소 어설픈 것을 보면 '선수'들은 아니다.

'싱글을 위한 요리사랑 동호회'(cafe.naver.com/scook.cafe) 회원들이 요리도 하고 자원봉사도 하는 자리다. 이들은 이날 인근 독거노인.장애인 가정 30곳의 3일치 반찬을 만들어 배달했다.

동호회는 요리정보 교환을 위해 2003년 10월 결성됐다. 회원이 늘면서 요리모임도 갖고 봉사도 할 겸 복지시설 등에서 음식 만들기 봉사를 하게 됐다. 이젠 전국 1만6000여명의 회원들이 7명씩 팀을 나눠 매주 서너 곳에 가서 요리를 해 줄 정도다.

동호회장 이성진(34)씨는 "다양한 요리법을 사람들과 나누다 보니 그 요리를 여럿이 함께 먹으면 좋을 거 같아 봉사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집에서 어머니의 사랑도 대부분 음식을 통해 전해진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동호회는 음식으로 사랑을 전하는 모임"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반찬봉사에 나선 김윤경(30.여)씨는 "자취생활 7년차이지만 혼자 먹기 위한 요리는 해봐야 맛도 없어 안하게 된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는 게 훨씬 뿌듯하다"고 자랑했다. "부모님께 요리 동호회에 나가고 있다는 말씀을 아직 못 드렸다"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남성회원 유모(34)씨는 "반찬배달을 나갔는데 시각장애인 할아버지가 더듬더듬 나와 손을 잡고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뭉클했다"고 말했다.

류지은(22.여)씨는 "요리는 장시간 서서 하는 일인데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모여 100인분 가까운 요리를 해내는 게 만만치는 않다"면서도 "주5일제라 토요일에 봉사하고 일요일에 쉴 수 있어 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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