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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패션보다 연기에 시선 팍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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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5일 개봉)는 원작소설보다 재미있다. 여기에는 원작보다 한결 입체감 있는 캐릭터가 된 미란다(메릴 스트리프)의 공이 크다. 평소 패션 리더와는 거리가 먼 메릴 스트리프지만,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최고급 패션잡지의 악명 높은 편집장 역할을 여유만만하게 소화한다. 여배우가 작품을 지배하는 힘은 옷차림 이전에 연기란 걸 확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는 일단 원작의 에피소드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시작한다. 저널리스트가 꿈일 뿐 옷차림은 편한 게 제일이었던 앤드리아(앤 해서웨이). 구직 전선에서 분투한 끝에 생각지도 않았던 패션잡지에 채용된다. 패션을 숭배하는 이들에게는 꿈의 직장이라지만, 시도 때도 없이 미란다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수행해야 하는 비서 보조 노릇은 그야말로 고행이다.

직장 생활 초년병 앤드리아의 투덜거림에 큰 비중이 실렸던 원작과 달리 영화는 갈수록 소설에 없던 미란다 쪽 이야기로 균형을 잡는다. 직원들은 물론이고 정상급 디자이너들도 꼼짝 못하게 하는 미란다지만 이 일 중독자의 사생활은 순탄치 않다. 게다가 지금의 자리를 위협하는 암투와 권모술수도 넘어서야 한다. 명품 의상의 동영상 카탈로그쯤으로 예상하기 쉬운 이 영화의 갈등구조도 이쯤되면 뚜렷해진다. 명품을 걸치든, 몸뻬를 입든 직장이란 생존경쟁의 정글이라는 점에서 매한가지란 얘기다.

메릴 스트리프가 연기하는 미란다는 결코 언성 한번 높이는 일 없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카리스마라는 점에서 더 볼 만한 구경거리다. 여자 직장인의 역할모델이자 반면교사로 동시에 참조할 만한 캐릭터다. 이 악랄한 상사와 패션에 무지한 동시에 패션을 무시하던 부하 직원의 관계가 변화하는 것도 원작에 없던 재미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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