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풀'- 이윤학(1965~ )
암소가 뜯어먹은 억새풀
암소 이빨 자국을 밀어붙인다
암소 이빨 자국을 뿌리에서
최대한 멀리로 밀어붙인다
연한 억새풀 억세게
양날을 세운 칼날에
톱날을 갈아 세운다
칼끝이 잘린 칼자루 속으로
이슬방울이 들어가 숨는다
이 세상은 칼집인 것이다
암소가 뜯어먹은 풀 자죽은 예쁘죠. 오, 그 풀 뜯는 소리. 사람이 암소 편이라 그렇죠. 억새는 상처를 아물리느라 염천 하늘 아래 힘겹죠. 여름 내내 제 상처를 되도록 멀리 보내는 억새는 그래서 이름이 억새인지. 제 상처를 그렇게 멀리 멀리 보내다 보면 거기 이슬 맺고 억새꽃 핍니다. 칼집에서 솜꽃 피니, 억새꽃 보면 숨 한번 깊이 들이쉽시다. 칼들 먹고 암소도 송아지를 낳았을 것!
<장석남.시인>장석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