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비한 네온간판… “낮같은 밤”(에너지낭비 심하다: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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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술집ㆍ백화점 초호화 실내조명/대형 건물 지나친 냉방도 생각해봐야
10일 오후 11시 서울 서초동 제일생명 뒤 카페골목.
C카페ㆍY룸살롱ㆍK디스코클럽 등 50여개의 유흥업소마다 현란한 네온사인 간판을 점멸식으로 내걸고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다시 다가오고 있는 에너지 위기의 검은 그림자엔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는 에너지 과소비의 현장.
이곳 M룸살롱의 호화실내 조명은 전기 과소비의 극을 이루고 있다. 8개의 방마다 호화 샹들리에를 갖추고 있어 제일 큰 20평 크기 방의 경우 천장에 백열전구가 27개씩 달린 가로 2.3m,세로 0.6m 크기의 물방울형 크리스틀 샹들리에 두개가 빛을 발하고 벽 7곳에도 장식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전력소비가 3분의1밖에 안되는 형광등류는 찾을 길이 없고 전력낭비가 큰 백열등 일색이다.
백화점등 유통업소 역시 마찬가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 쇼핑센터의 경우 길이가 12m나 되는 세계 최대규모의 크리스틀 샹들리에가 지하 1층­지상 2층사이에 설치돼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백열등만도 7백개에 이르는 폭 6.6m,무게 10.5t의 이 샹들리에는 순간전력용량이 54㎾.
롯데월드는 또 오후 7시 영업이 끝난 뒤에도 정문위쪽 건물벽의 대형 네온광고판을 오후 10시쯤까지 현란하게 작동시키고 있다.
이 업소의 전력사용량은 전국최대인 월 1천2백여만㎾(7월)로 의정부시 월간 사용량 3천만㎾의 절반에 육박한다.
80년대초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금지됐던 네온간판과 옥상 네온광고는 88올림픽을 앞두고 전면 허용되는 바람에 이제는 전국의 유흥가와 상점가를 뒤덮고 있는 실정이다.
헤아릴 수 없는 네온간판중에는 관할구청의 허가없이 불법으로 설치된 것도 많으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력사용량이 만만찮은 대형 옥상 네온광고탑은 올림픽이후 서울에서만 1백90여개로 급증했다. 10일 자정무렵에도 삼성동ㆍ역삼동ㆍ양재동ㆍ한남동ㆍ동대문운동장 등지의 빌딩 옥상에는 코카콜라ㆍ게토레이ㆍ대우증권ㆍ아쿠아리스 등 대형 네온광고판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서울 한남2동 삼거리에 있는 베네통 의류전시장처럼 밤새워 전시실에 불을 켜 놓은 모습도 이젠 곳곳에서 눈에 띈다.
빌딩의 전기과소비 역시 심각하다. 서울 무교동 효령빌딩의 경우 대형창문 2개와 면해있는 각층의 복도 일부는 조명 필요가 없는데도 길이 1.2m의 형광등이 세곳에 켜 있었고 각층의 여자화장실 역시 대형 창문이 있는데도 긴 형광등 조명을 낮에도 하고 있었다. 사무실의 냉방은 너무 서늘했고 6층 건양해운 사무실의 경우 창문쪽의 긴형광등 6개를 아무 필요없이 켜두고 있었다.
인근 한국관광공사빌딩 역시 엘리베이터가 고ㆍ저층으로 구분되어 있었으나 2,3층도 설 수 있게 작동되고 비상계단의 조명도 신문을 읽을 수 있을 만큼 밝았다.
여름철 전기과소비의 주범인 냉방을 위해 하루 3백50㎾가 사용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해 3백30개 대형 건물을 조사한 결과 1백50곳이 25도이하의 과냉방을 하고 있었다.
이같은 결과로 올 상반기 6개월동안 전력소비량은 4백50억㎾로 지난해보다 16%나 급증했고 지난 9일에는 순간 최대사용량이 사상최대인 1천7백22만㎾를 기록,생산시설의 한계치에 육박했다. 전력소비의 급증은 주택용ㆍ산업용보다 상업용이 주도해 올해 상업용의 증가율은 24%를 기록,서비스ㆍ유통부문의 이상비대화가 에너지 과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에너지 절약에 성공하는 건물들도 있어 서울 혜화전화국의 경우 건물의 단열화,폐열온수기 설치,에어컨 가동통제,절전형 조명시설 등의 노력을 통해 지난해 전기등 에너지비용 8천여만원을 절감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부산 상공회의소 역시 지난 6일부터 승강기 4대중 2대의 가동을 중지하고 에어컨 가동도 하루 두시간씩 단축하는등의 절약책으로 15%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은 정부ㆍ기업ㆍ가계 모두에 이익을 준다는 것을 깊이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김일ㆍ김남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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