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CEO의 충고 '인생이 내게 준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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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마일(160㎞)로 움직이는 남자가 있었다. 달력에는 18개월 후의 일까지 기록했다. 연평균 출장 거리는 24만㎞. 가족 휴가는 회사의 야유회로 대체하곤 했다. 그는 달리고 달렸다.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입사 30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그는 철두철미 계획형 인간이었다. 항상 미래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마른 하늘에 벼락이 내리쳤다. 오른쪽 뺨의 근육이 처져 잠시 들른 병원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앞으로 살 날은 단 3개월. 삶의 속도가 '0'으로 정지했다. 약품 방사선 등 '백약이 무효'였다.

그는 현실을 인정했다. 일단 직장을 그만두고 주변을 정리했다. "죽음에서도 성공하자"며 자신을 추슬렀다. 친구 동료에게 작별의 편지를 띄웠고 가족과 최후의 여행을 떠났다. 단 아무것도 서두르지 않았다. 미국의 초대형 회계법인 KPMG의 최고경영자(CEO)인 유진 오켈리 얘기다.

책은 그 오켈리의 죽음에 대한 보고서다. '공포의 죽음'이 아닌 '지혜의 죽음'이 메아리친다. 그가 삶의 종점에서 깨달은 철리(哲理)가 와닿는다. 그것은 "더 이상 미래에 살지 말라"다. 그는 가족이든 사업이든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고 당부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에 대한 어리석은 불안에서 탈출하라고 권한다.

오켈리가 묻는다. "우리는 왜 돈만큼 중요한 어떤 것 다시 말해 영혼을 위한 저축은 하지 않는 것일까." 자신에 대한 회한일 수도 있다. 죽음으로 되레 풍성해진 그의 최후가 살아남은 우리들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된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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