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 농업시장 개방안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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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가 24일 오후 제주 중문단지 신라호텔에서 열린 환영 리셉션에 참석해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4차 본협상 이틀째인 24일, 중단됐던 상품분야 협상을 재개하고 분야별로 본격 협상에 들어갔다.

양측은 이날 오전 비공식 접촉을 갖고 전체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의견이 접근된 쟁점들을 우선 논의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냉각 기류가 흘렀던 상품분야에서도 미국이 당초 90개 품목을 중심으로 제시했던 시장개방계획(양허안) 수정안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오전 11시 협상이 재개됐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개성공단 문제 등에서 입지가 약해진 한국에 최대한 압력을 가하면서도 협상을 결렬시키지는 않겠다는 미국의 강온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드러나는 '주고 받기'식 협상=분야별로 핵심 쟁점을 제외한 나머지 현안에 대한 가지치기식 협상과, 분야별 협상 결과를 서로 연계해 타결하는 주고받기식 협상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 측 대표단 관계자는 "더 이상 미루기보다는 쟁점을 줄여 나가고, 협상 성과를 하나라도 가시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날 미국이 상품분야에서 시장개방을 확대하는 대신 우리는 미국이 요구하는 섬유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제도 도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옥수수.밀.콩 등 미국의 주요 수출 품목의 개방 확대와 연계해 라면.김치 등 가공식품의 대미 수출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 팽팽한 농산물 협상=농산물 분야에서는 미국이 예외없는 시장개방을 내세워 우리 측의 시장개방계획의 대폭적 개선을 요구해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은 이날 쌀 등 284개 품목을 민감품목(시장개방 제외품목)으로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양허안 수정안을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은 대폭적인 시장개방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쌀시장 개방 문제는 아직 협상조차 하지 않았으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협상 마지막에 다룰 것"이라며 쌀을 막판 협상카드로 활용할 뜻임을 밝혔다.

우리 측은 이에 따라 이미 요구한 농업 특별 세이프가드의 도입 범위와 대상에 대한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질 경우 미국 요구를 일부 수용한 수정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김종훈 수석대표는 "가지치기가 아무리 중요해도 떨어지지 않는 가지를 억지로 꺾어낼 수야 없지 않으냐"며 농산물 분야에서 양측의 타협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제주=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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