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이세돌의 시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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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왕야오 6단 ● . 이세돌 9단

장면1(58~69)=왕야오(王堯)가 쓴 신정석의 여파가 면밀히 분석되고 있다. 백은 그 후 우상 흑을 공격해 그 대가로 우하를 키웠고, 선수를 잡아 58을 뒀다. 국면은 만만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이세돌 9단은 59로 돌입해 65까지 머리를 내밀었다. 왕야오는 즉각 66으로 젖혀 이었는데 이곳이 정말 큰 곳이고 알토란 같은 현금이었다. '참고도'는 박영훈 9단이 제시한 것. 흑1은 너무 큰 곳이니까 눈 감고 두고 백2의 공격은 괴롭지만 근근이 견뎌나간다는 얘기다. 사실은 이게 바로 이세돌 스타일인데 그는 왜 65처럼 묵직하게(?) 두고 말았을까. 여기엔 놀라운 착각이 숨어 있었다.

66, 68이 큰 이유는 장차 A의 붙임수로 귀를 초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세돌 9단은 A의 붙임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급자도 아는 수를 귀신 같은 이세돌이 깜박한 것이다(방심하면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진다. 만약 A를 봤다면 이세돌은 만사를 제쳐놓고 68의 곳부터 젖혔을 것이다).

장면2(70~75)=이세돌 9단은 뒤늦게 A를 보고 속앓이를 한다. 이 귀가 무너지면 흑집도 별것 아니고 국면은 진짜 어려워진다. 자칫하면 왕야오 같은 신예에게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이세돌은 고삐를 바짝 당겨야겠다고 생각하며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하나 낸다. 바로 73 다음 75로 파고드는 수. 깜짝 놀란 왕야오가 허리를 깊숙이 꺾은 채 한없이 장고에 빠져든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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