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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건물 허물면 환호하는 우리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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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헌집이 새집보다 더 비싼 곳은 세상에서 우리나라뿐이고, 자기가 사는 집을 허물게 된다면 환호하는 사람도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정기적인 점검과 보수는 외면하고 하루라도 빨리 낡은 집이 되도록 방치(?)한다. 아니 허물어야 할 집이 되도록 온 이웃이 협동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래야 더 좋은 새집을 갖게 되고 그만큼 재산상의 이익을 얻게 되기 때문이리라.

우연히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 결정에 따라 없어질 건물을 소개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일제시대에 지은 건물이지만 앞으로도 수백 년을 써도 지장 없을 정도로 견고하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우리의 기술 수준이 60~70년 전 일본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말이 아닌가. 우리 건설업체들은 해외건설에서는 칭찬을 받으면서 국내건설에서는 왜 그리 엉성하고 탈이 많은가. 정부 당국이나 건설업체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과 같은 재건축 붐은 분명 문제가 있다. 몇 가지 점에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자원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의 후손을 위해 아끼고 절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에 소요되는 엄청난 시멘트와 모래를 생각해 보라.

둘째, 고층이나 초고층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토지 이용의 극대화를 위해서라지만 그렇게 해서는 도시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힘들 수도 있고 너무나 살벌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과거의 것을 너무 쉽게 버린다는 점이다. 한옥이 그렇고 초가집이 그렇지 않은가. 아담한 저층 건물을 잘 보존하는 것이 도시환경 측면에서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이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