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마당

담뱃값 인상, 청소년 흡연 예방에 도움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이성 친구가 금연하지 않으면 절교하는 캠페인을 펼치자거나, 담배를 피운 뒤 손상된 피부가 확대돼 보이는 손거울을 제작해 나눠주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흡연자인 학생에게 "자신이 낸 아이디어에 따라 금연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 "어려울 것 같다"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학생들도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담배를 끊는 경우는 많지 않다. 청소년 시기에는 돌도 삭인다는 말이 있듯이 대개는 건강하기 때문에 담배의 해악을 자기 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흡연하면 기억력이 감퇴된다고 들었는데 흡연 뒤에도 어제 공부한 것이 잘 생각난다는 식으로 말하곤 한다.

다시 수업시간의 예로 돌아가 보자. 금연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담뱃값 인상을 거론해 봤다. 그랬더니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면서 그것만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주머니가 얇은 학생층에 담뱃값 인상은 담배를 끊거나 적어도 덜 피우게 하는 계기가 된다고 본다. 담뱃값 인상과 청소년 흡연율 저하가 연관이 있음은 이미 미국.영국.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검증된 바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담배 수요의 가격탄력도는 성인의 경우 -0.39인 데 비해 청소년의 경우는 -1.15 이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담뱃값 인상에 대해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물론 찬반 양측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우리 소득 수준에서 담뱃값이 세계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실은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청소년 흡연의 건강상 해악은 이들이 사회에서 주역으로 성장했을 때 나타난다. 당장 어른들의 주머니에서 나가야 하는 담뱃값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미래에 치러야 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올바른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철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