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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지식인 사상강화 캠페인에 시큰둥 &강경파통제 못마땅|「강택민 연설」강연에 학자들 졸아|일부선 민주화운동의 새로운 단계구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최근 중국사회과학원을 방문한 한 외국인 학자는 한 세미나실에서 벌어진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공산당간부 한명이 당 총서기 장쩌민(강택민)의 「대단히 중요한 연설」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는데 강연을 듣고 있는 학자들은 5∼6명이 한쪽에서 졸고 있었으며 한명은 코까지 골고 있었다.
또 다른 6∼7명은 책이나 신문을 뒤적거렸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따분하다는 표정이 역력한 모습으로 의자에 길게 앉아 있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연구기관이며 소속학자들은 그 동안 국가적인 문제를 다루는 중국지도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중국의 사회·정치개혁이론가들의 본산이었던 이곳이 이데올로기 강경파들에 의해 통제되면서부터 맥이 빠져있는 것이다.
1년전부터 시작된 공산당의 사상강화 캠페인은 지식인들이나 여타 교육기관의 구성원들 마음속에 자리잡는데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지식인들은 오히려 침묵을 지키며 민주화운동의 새로운 단계를 구상하고 있다.
중년의 한 지식인은 『협박으로 사상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예전처럼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없다. 지난10년 동안의 외부세계악의 접촉경험은 그런 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기회만 있으면 언제라도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려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당 지도자들에게 대단히 위협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경 천안문 광장 동쪽 장안가의 14층 짜리 중국사회과학원 건물 안의 학자들 수백명이 지난해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었다. 그들은 인간적이며 공정한 정치제도를 요구했던 학생들을 지지했었다.
89년6월3, 4일 군대가 천안문광장의 학생들을 짓밟은 뒤 사회과학원의 학자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계엄군이 사회과학원을 점령, 숙청이 진행됐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은 불온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도록 명령하고 있다.
사회과학원 정치과학연구소 전 소장이었던 얀 지아치는 「범죄자」로 낙인 찍혀 망명했다.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전 사회과학원 부원장 자오 후산(조복삼)도 공산당과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지적되자 외국으로 도피했다.
사회과학원 각 연구소장들은 지금도 산하 연구원들의 행동에 대해 증언을 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현재는 이데올로기 강경파인 2명의 신임 부원장이 사회과학원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학자들은 지금 중국을 통치하고 있는 강경파들은 결국 권좌에서 물러나고 공산당은 진보파가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들은 『보수파는 최고지도자 지위에 있는 진보파 지식인들을 좇아내는데 실패했으며 진보파는 여전히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리펑(이붕)총리와 강택민 총서기는 「과도기적 인물」로 그들의 권력은 너무 연로해서 수년내로 죽거나, 영향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이는 노장파의 지지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곧 실각할 것이라고 보고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대단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들은 낙관론은 현실도피론이거나 희망에 불과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85세인 덩샤오핑(등소평) 사후에 빚어질 혼란을 걱정하고 있다. 등이 영향력을 유지하는 기간에는 소강상태를 유지할 것이지만, 등이 죽은 후에 빚어질 권력투쟁에서 군부내 강경파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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