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브라질-날뛰는 납치범에 골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브라질에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납치범들이 횡행, 무장경호원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납치단들은 주로 코미디영화나 만화물 등의 주인공 이름을 빌려 「빅 올리브」「페투니아」「버터 조지」「스위트 터커」「베이비 스컬」「리틀 랫」등의 친근감을 주는 이름을 쓰고 있으나 이들의 만행은 모든 사람들의 공포대상이 되고있는 실정이다.
납치범들은 지목된 「피랍인 후보자」를 납치하기 위해서 무차별 기관총 세례를 퍼붓는 등 이름과 달리 수단과 방법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 납치단들이 지난4개월간 해안 휴양도시인 리오데자네이로에서 납치한 인사만도 25명에 달해 88, 89년 2년간 납치된 사람 수를 벌써 넘어섰다.
납치인사들에 대한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주 석방된 아이작 슈나지(외환거래인)는 몸값으로 1백50만 달러(10억5천만원)를 물어야 했다.
드 멜로 신임 브라질대통령의 핵심 선거참모였던 메디나씨는 지난달 몸값 사상최고액인 2백70만 달러(18억9천만원)를 내고 풀려난바 있다.
납치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자 브라질 실업인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카브랄 법무장관에게 즉각적인 대책수립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놀고 먹는 부자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리오데자네이로에 불어닥친 「납치열풍」으로 인해 부자들은 소비를 줄이고 외출을 삼가는 등 극히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일 호화로운 생활을 드러내놓고 즐기다가는 언제 납치범들의 표적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끼 식사비가 일반노동자의 월급과 맞먹는다는 리오의 안티콰리스 레스토랑에는 최근 들어 긴 행렬을 이룬 경호차량을 대동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났다.
식당지배인 피레스씨는 메디나 납치사건 이후 이 같은 경호원 대동사례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납치범들의 살해위협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서투른 납치기도」로 인해 납치현장에서 피살되는 경우도 늘고 있어 부자들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인들은 저널 도 브라질지의 기업란에 자신들의 성공사례가 발표되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으며 자동차회사들도 최근 「납치방지차량」을 선보였을 정도다.
리오데자네이로의 대표적인 신문사인 오 글로보지도 최근 전면을 할애해 보험회사들이 「납치보험」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브라질 실업인들은 드 엘로 대통령이 취임직후 전 은행예금액의 3분의2를 동결, 은행을 「공동화」 시킴으로써 은행강도들이 납치범으로 「전직」하게 됐다고 지적, 정부의 긴축재정정책이 납치만연의 발단이 됐다고 불평하고 있다.
더욱이 브라질 언론들이 납치범이 제시한 몸값을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몸값 에스컬레이트」를 부채질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공무원과 경찰고위간부들이 납치범들과 손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74%에 이르는 변호사들이 음으로 양으로 납치범들의 권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브라질정치분석가들은 납치범들에 대한 형량 강화, 치안확립 등의 조치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경제안정과 사회적 부의 재분배 등 사회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장기적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진세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