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논술방] 샘마을의 미루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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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마을 사람들은 미루나무 때문에 갈등이 생겼다. ①미루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들일을 하다 잠시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드는 목적으로 의논하여 심었는데 이 나무가 햇빛을 가려서 고추농사도 망치고 논도 그늘 때문에 벼 이삭이 영글지 못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나>나무를 베지 않는다면 동수네와 경미네가 헛농사를 지어서 피해를 입게 되고 나무를 베면 그늘도 없어지고 아이들이 놀 곳도 없어지게 된다.

<다>공공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자면 나무도 베지 않고 농사에도 피해가 가지 않게 해야 한다. ②그 방법으로는 그늘에 햇빛이 필요하지 않은 음지식물을 키우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수확도 할 수 있고 나무도 베지 않으니 그것이 바로 공공의 ③이익을 것이다.

<라>하지만 ④이 땅의 주인인 동수 아버지가 이런 방법도 싫다고 하신다면 그 때는 ④-1땅의 주인인 동수 아버지에게 미루나무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 어떻게 할지에 대한 권리를 동수 아버지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다. ④그 권리를 주면서 마지막으로 동수 아버지에게 ④이 한 가지를 강조하면 될 듯하다. ④이 미루나무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쉬면서 지내던 풍경을 기억하고 있을 터이니 그것만 잘 생각해 달라고 말이다.

<마>⑤어찌되었든 모두가 아프지 않게 해결이 될 수 있도록 나무를 베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 것을 고려해 볼만도 하다.

◆ 총평·첨삭

문제 파악 잘했지만 해결책은 불투명

소수(미루나무 그늘 피해자)와 다수(마을 사람들)에게 모두 좋은, 즉 공공의 이익을 충족할 묘안은 무얼까. 미루나무를 베어 정자 만들기, 미루나무 가지치기, 동수 아버지와 경수 아버지가 미루나무 그늘 때문에 본 농사 피해액을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보충해주기 등등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지형이는 제시문(역할극) 속 마을 문제를 잘 파악했고 '공공의 이익이란 낱말을 글 속에 꼭 녹이라'는 유의사항도 잘 지켰다. 하지만 이번 논제의 열쇠인 '공공의 이익(공공선) 실현' 차원의 문제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 미루나무 그늘로 인해 피해를 본 당사자는 경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왜 동수 아버지에게만 해결권리를 주는가'란 반론에 부닥칠 수 있다.

음지식물을 심으면 될 것 아니냐는 주장도 피해 당사자의 동의와 논밭의 토질을 고려하지 않은 독단일 수 있다. 주장의 생명은 명료함과 설득력이다.

너무 길어 가독성이 떨어지는 ①은 "미루나무~경수 할아버지와 의논하여 심었다. 그런데 이 나무가 햇빛을 가려서 동수네의 논농사와 경수네의 고추농사를 망치고 있다"라고 두 문장으로 나눠야 간결, 명징하다.

의미가 불명확한 ②는 "그 방법으로는 그늘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는 음지식물을 키우는 것이다'로 고쳐야 문맥상 뜻이 통한다. ③은 "이익일"이 맞춤법상 맞다.

④는 글의 호흡만 뚝뚝 끊는 불필요한 지시어고 ④-1은 되풀이 낱말이다. 없는 게 낫다. 무책임한 글말투인 ⑤는 논술의 금기다. 문제의 현황을 다룬 <가>와 <나>는 한 단락으로 묶어야 글의 유기적 구성력이 높아진다.

노만수 서울디지털대 문예 창작학부 초빙교수.학림논술 수석연구원

*** 다음 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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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사항: 고구려.백제.신라 등 우리나라 고대 국가의 건국신화와 비교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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