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논술테마] 영역별로 짚어보는 동북공정 - 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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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의 문제점도 이런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구명선 윤리란 폭풍우 속에서 구명선에 오른 사람들이 배 밖의 사람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윤리 범위가 구명선처럼 극히 좁은 영역에 머무는 상황이다. 전체를 위해 개체는 희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논리다.

반대로 우주선 윤리는 지구라는 우주선이 계속 존재하려면 한정된 지구 내부의 에너지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지구 바깥의 에너지도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자연과 인간, 우주선 안팎의 인간 모두 공존과 조화를 모색하는 포괄적 윤리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주변국과 공존을 포기한 좁고 폐쇄적인 구명선 윤리에 집착하는 셈이다.

피터 싱어는 '하노이의 탑'이라는 모델을 이용해 세계 윤리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싱어는 위로 갈수록 좁아지고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탑 모형을 제시하며, 인류가 자민족 중심의 폐쇄적 윤리 체계 대신 인간이라는 종(種)과 개별 국가를 뛰어넘는 개방적 윤리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싱어의 이론으로 볼 때도 중국은 자국 중심의 폐쇄적 윤리에 빠져 있다. 민족국가라는 좁은 틀 안에서 힘의 논리로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세계를 재편하려 하기 때문이다.

종교학자 큉 역시 세계 윤리의 중요한 덕목으로 진실한 언행의 실천을 제시했다. 중국을 향해 진실한 언행을 실천하라고 촉구한다면 코웃음 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운 힘과 경제 논리가 국제사회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로는 직면한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역사는 독립적으로 생겨나지 않았으며, 자국 역사가 중요하듯 다른 나라 역사도 소중하다. 중국은 조화와 균형, 평화를 강조하는 세계 윤리를 받아들일 때만 자민족을 포함해 인류가 공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윤영진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광명북고 교사.윤리)

☞생각 플러스:동북공정은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국제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국가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서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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