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기적' 벤투라 '한달 산불' 한인 양봉장 멀쩡

중앙일보

입력

"최악의 산불 속에서도 살아난 벌꿀들이 기특할 뿐이지요."

지난 9월초 벤투라 카운티 앤젤레스 내셔널 포리스트 인근에서 발생해 한달내내 이 일대를 집어삼킨 '데이 산불'.

가주내 최장 최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화염속에서 말짱한 모습으로 버텨낸 양봉장이 있어 화제다. 한인 황보성(79)씨가 지난 82년부터 27년째 운영하고 있는 발렌시아 인근 앤젤레스 포리스트 황보농장이다.

황보씨는 "산불이 진화되고 농장을 찾아가는 길에 시커멓게 타버린 산을 보고 (양봉장이) 없어졌겠구나 했다"며 "그런데 막상 가보니 양봉 한통만 제외하고 나머지가 그대로 있었다. 신기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불길이 10미터 높이까지 치솟고 벌통이 놓인 자리 주위 1미터 거리 안까지 타들어왔는데도 무사했다"며 "그 화염 속에서 벌들이 한마리도 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80여통의 벌통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황보농장은 이번 산불 외에도 산사태 곰 습격 등 그동안 숱한 사연을 겪었다. 지난 94년 노스리지 지진 여파로 산사태가 나면서는 80여통의 벌통이 모두 산밑에 묻히기도 했다. 그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시작해 벌꿀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황보씨의 요즘 걱정은 '이제 우기가 오면 산불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이곳이 붕괴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최악의 산불도 무사히 넘어갔는데 또 한번 기적을 보여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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