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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경쟁 방지법 피소… 출판계 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아닌 87년10월 이전의 외국 저작물을 번역 출판해오고 있는 출판사가 원저작자로부터 부정 경쟁 방지법 위반으로 피소되는 이례적 사태가 발생, 국내 출판계를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외국의 원저작권자가 국내 출판사를 걸어 저작권법이 아닌 부정 경쟁 방지법 위반으로 제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송 당사자는 미국의 더 월트디즈니 컴퍼니와 교육 문화사.
월트디즈니사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교육문화사 (대표 이석호)가 87년10월 이전 자 사발행의 『디즈니의 영어 세계 프로그램』등 교재와 카셋테이프를 번역 출판·판매하는 과정에서 책 내용에 월트디즈니의 전용 상호 및 캐릭터 (자체)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의 영업상 이익과 신용이 현저히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 교육 문화사를 상대로 서울 민사 지법에 「부정 경쟁 행위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월트니즈니사는 금년 1월6일 법원에 의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1월17일 집달리를 동원, 교육 문화사측이 보관 중이던 문제의 교재 1천70질을 강제 압류한데 이어 지난 5월14일 다시 서울 민사 지법에 부정 경쟁 행위에 따른 1천만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교육 문화사측은 『문제의 복제물 안에 월트디즈니사의 상호나 상표·캐릭터 등이 함께 인쇄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출판물을 출판물로 복제하는 행위의 부수적 현상일 뿐이며 부정 경쟁 방지법에서 말하는 「별개의 사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반론으로 맞서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교육 문화사 외에도 월트디즈니사의 저작물을 번역 출판해 오고 있는 출판사가 20여개 사에 달하고 있는데, 교육 문화사측이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월트디즈니사에 의해 연쇄적으로 제소 당할 우려도 있어 재판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같은 월트디즈니사의 제소행위에 대해 대한 출판 문화 협회를 비롯한 한국 출판계는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아닌 외국 저작물의 경우 저작자의 허락 없이도 적법하게 복제이용이 가능하며, 월트디즈니사가 이를 저작권이 아닌 부정 경쟁 방지법으로 걸어 소송을 제기해온 것은 국내 저작권법을 무시하고 이른바 「불소급조항」을 사문화시키려는 기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교육 문화사측의 한승헌 고문 변호사는 『부정 경쟁 행위란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성명·상호·상품의 용기 포장, 기타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 또는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그같은 상품을 판매·반포 또는 수출해 타인의 상품과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월트디즈니사의 이번 주장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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