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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 어설픈 멜로 빈축…"왜 좋아하지?"

중앙일보

입력

SBS 대하드라마 '연개소문'(극본 이환경.연출 이종한)이 어설픈 멜로 설정으로 인해 흥미를 반감시키며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환경 작가가 비록 제작 초기부터 "난 멜로는 잘 모르고 자신이 없다"고 공언하긴 했지만, '연개소문'의 멜로 설정은 허술하고 설득력이 없다.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신격화된 몇몇 주연들과 이에 반해 지능수준을 의심할 만한 인물들을 대비시키며 초등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만한 난이도로 줄거리를 전개시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드라마의 청춘 남녀들은 도대체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연애를 한다.

유동근이 연기할 후반부의 '영웅' 연개소문과 달리 초반부 이태곤이 연기할 연개소문은 핍박과 설움, 우정과 사랑을 두루 경험하며 성장해가는 청년이다. 당연히 불같은 사랑도 하고 나약하거나 부족한 면도 있게 마련이다. 사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관상보기에 능하지 않다면 첫 대면부터 "범상치 않다"거나 "처음부터 운명인 줄 알았다" 등의 이유로 사랑을 느끼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연개소문'의 멜로 라인은 한결 같이 '범상치 않음'과 '운명'으로 해결하려 든다. 인재를 구하거나 큰 일을 도모할 협력자를 만나는 과정에서는 "범상치 않은 인물"에게 반하는 줄거리도 봐줄 만 하다. 그러나 연애와 결혼까지 이런 식이라면, 젊고 잘생긴 남녀 주인공들이 왜 등장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시종일관 점잖은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는 이태곤에게 멜로 마저 빼앗아 버리면 주인공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란 쉽지 않다. 부인이 될 홍이화 역의 손태영 역시 시대와 일반 정서에 맞지 않게 일방적으로 남자에게 '들이대는' 연기를 해야 하니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연개소문'의 재미는 수양제(김갑수 분)와 독고황후(정동숙 분) 등 과장되고 희화화된 캐릭터에서만 찾을 뿐이다.

연개소문의 첫사랑 보희(임성언 분)와의 로맨스는 과정을 생략한 채 도망 다니고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내용만 나오니 공감하기 어렵고, 김유신(이종수 분)과 천관녀(박시연 분)는 보자 마자 잠자리를 같이 하더니 죽고 못살게 지내다 이내 헤어지는 과정에서는 데면데면하게 그려진다.

게다가 연개소문과 홍이화는 겨우 6회 만에 결혼에 골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특별한 이벤트는 한 차례의 칼싸움 뿐 '범상치 않은 인물'에게 호감을 느낀 홍이화의 적극적인 대시에 이어 다음주 방송에서는 결혼을 앞두고 느닷없이 서로에게 "사랑한다" 말하는 대목에서 허탈감이 느껴질 만 하다.

MBC '주몽'이 고구려 건국기라는 굵은 줄기를 다루면서도 각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리며 시청자들을 흡인시켰다면, '연개소문'은 연극같은 과장되고 자극적인 상황과 극의 흐름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 흐름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그 나름대로의 재미를 느끼며 보겠지만 더 이상의 발전이나 시청자층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없다면, 시청률 20% 언저리에서 간발의 차로 추격해온 KBS '대조영'의 기세를 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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