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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위령비 일 평화공원 이전 좌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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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비문 변경요청 민단과 마찰/「원폭의 날」 맞아 “옮기겠다” 당초 약속 어겨
【동경=방인철특파원】 6일의 「원폭의 날」을 기한으로 히로시마(광도」 시평화공원구역내로 옮겨질 예정이던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가 히로시마 시측의 비문 변경요청과 이에따른 민단내 이견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는 히로시마시가 67년 이후 평화공원내 각종 위령비증설을 인정하지 않을 방침을 굳힌후 70년 4월 평화공원에서 서쪽으로 10분거리인 혼가와(본천) 기슭에 건립됐었다.
그러나 금년 4월 한국인 위령비를 참배한 재한 피폭자 방일단이 『일본에 강제연행 돼 원폭으로 죽은 것도 서러운데 사후에도 차별받는가』라고 강력히 항의,항일간 현안문제로 대두되었으며 노태우대통령 방일직전인 5월18일 민단 박병헌단장과 히토시마시가 협의끝에 8월6일 「원폭의 날」까지 한반도출신 원폭희생자를 위령하는 비도 공원내로 이설할 것을 합의한 바 있다.
히로시마시는 이에따라 6월18일 이설을 위한 민간인 유지위원회를 발족시켜 민단 히로시마본부와 재일본 조총련 히로시마본부사이의 조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현재의 비문가운데 「한국인」의 문자나 일본에 의한 강제연행을 밝힌 비문 뒷면 내용의 삭제변경을 기본으로 한 히로시마시측의 안에 민단내 비판이 거세지면서 최근들어 이전을 포기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해 논란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히로시마시측이 이처럼 한국인위령비 이설단념을 정식으로 표명한 데 대해 민단측은 『한국정부와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라고 강력히 항의할 뜻을 비치고 있다.
한편 조총련측도 당초 남북의 원폭피해자를 모두 위령하는 뜻에서 단일비 건립에 찬성해왔고 『강제연행사실을 삭제하려는 히로시마시당국의 태도는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가 조선인 묘를 파헤쳐 재물을 약탈해 간 것과 똑같은 행위』라고 지적,민단과 같은 입장을 취해왔으나 「한국인」 보다는 남북을 모두 포괄하는 뜻의 「조선반도인들의 비」로 할 것을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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