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번엔 '한의학 공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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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이 이번엔 우리 한의(韓醫)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 차원의 시도는 아니지만 유력 언론사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발행되는 유력 조간지 신경보(新京報)는 '한의를 진단한다(問切韓醫)'는 제목의 23일자 특집 보도를 통해 "중의(中醫)가 근원이라면 한의는 그 흐름에 해당한다"며 중의가 한의에 대해 종주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침술이 한국의 고유 의술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한국은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키로 결정했다"고 전하고 "이를 계기로 한의를 정밀 진단한다"고 보도 경위를 밝혔다.

신문은 먼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한의의 원류가 중의임을 강조했다. 중국중의약보(藥報)의 마오자링(毛嘉陵) 총편조리(편집부국장)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의와 한의는 근원(源)과 흐름(流)의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마오는 "오늘의 한의는 중의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한의와 중의는 본질상 구별이 없다"고 강조했다.

마오의 주장에 따르면 1000여 년 전 위진남북조 시대에 중의가 한반도에 전파됐으며 당(唐)대의 황제내경(皇帝內徑)과 상한론(傷寒論) 등은 한반도 의생들의 교재였고, 정부는 당의 제도를 모방해 의학과를 설립했다는 것. 북송(北宋) 시대의 태평성혜방(太平聖惠方)은 고려의 중요한 의학교재였다고 그는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한의는 중국에서 '조선의'라고 불리며 민족의학의 일부분으로 간주돼 왔다"며 "중국의 의학은 주류 의학인 중의, 민족전통의학, 민간의학의 세 종류로 구분됐으며, 조선의는 23개 민족전통의학의 하나"라고 규정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이 진행 중인 동북공정과 서남.서북공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신문은 끝으로 "동의보감의 문화유산 등재 시도는 완벽한 전략적 구상 아래 실시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움직임에 한층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보도했다.

◆ 한국 한의학계 입장=중국의 주장에 대해 국내 한의학계는 강한 반론을 펴고 있다. 경희대 한의대 김남일(의사학) 교수는 "한의학은 고대로부터 양국의 교류에 의해 발전해 왔지만 이미 삼국시대에는 중국이 고구려나 백제의 약재를 가져다 쓸 정도로 우리나라 고유의 의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의사협회 최정국 홍보이사는 "먼저 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주도국이 될 것"이라며 "국내 한의학계가 더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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