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과학 비즈니스 도시 짓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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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6월 퇴임 후 첫 해외 방문 활동에 나섰다. 그의 출장엔 '유럽 정책 탐사'란 이름이 붙었다. 자신이 준비 중인 대선 정책공약들을 가다듬기 위해 선진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취지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밤 스위스에 도착한 이 전 시장은 23일 첫 일정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가속기 장치가 있는 제네바 인근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를 찾았다. 그리곤 바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넘어가 다룸슈타트의 가속기 연구소(중이온 연구협회.GSI)를 방문했다.

여기서 이 전 시장은 핵심 대선 공약으로 구상해 왔던 '과학비즈니스 신도시(과학도시)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4만 달러 시대를 여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학도시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도시는 한국 경제의 10년 정체를 돌파해 낼 성장의 신형 엔진이 될 것"이라며 "과학도시는 내륙 운하 구상과 함께 한국의 미래 성장을 주도할 쌍둥이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한국은 성장의 동력을 지금까지의 응용기술에서 앞으로 기초 과학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기초 과학 기반을 확대하고 친환경, 저비용, 반영구적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해 중이온 가속기 연구소를 중심으로 하는 과학도시 건설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또 "과학 도시가 건설되면 청.장년 과학자 3000여 명이 한꺼번에 근무하는 세계 지식의 보급창고가 될 것"이라며 "현재 전문가들이 과학 신도시 건설의 타당성 및 개념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학 도시에는 중이온 가속기를 중심으로 산.학이 연계된 비즈니스단지가 들어서게 될 것"이라며 "입지는 기존의 기업도시나 혁신도시.자유무역도시의 개발 예정지를 업그레이드하는 성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바.프랑크푸르트=서승욱 기자

◆ 가속기=물질의 핵을 빛의 속도로 가속해 충돌시켜 '극미한 물질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종의 내시경 같은 장치로 기초 과학 연구의 핵심 인프라다. 암 치료에 이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응용 가속기의 대표적인 생산물이다. 중이온으로 가속시키는 연구용 가속기는 한국에 하나도 없으나 일본엔 155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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