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약 먹은 독수리, 다이너마이트 타선 불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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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과 정반대의 양상이다. 첫 경기만 봤을 때는 삼성의 일방적인 승리로 보였으나 비로 인해 하루를 더 쉬고 나온 한화는 2006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힘의 우위를 보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1승1패를 기록한 두 팀은 25일 대전으로 옮겨 3차전을 치른다.

우천 연기

전날 내린 비는 결국 한화 편이었다. 23일 2차전을 앞둔 한화 선수들의 표정은 전날과는 분명 달랐다. 하루 간의 보너스 휴식으로 몸과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긴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1차전에서 0-4 영봉패를 당했던 한화 타선은 4회초 대거 4득점하며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그 중 3점이 2사 후에 나왔다. 반면 삼성은 2001년 김인식 감독이 이끈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랬듯 1차전 승리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며 포스트시즌 우천 연기 뒤 다음 경기에서 4전 전패를 당하는 징크스를 이어갔다.

심정수 수비

선동열 삼성 감독은 어깨와 무릎 수술 뒤 복귀한 좌익수 심정수에 대해 "타격보다는 수비나 주루가 문제"라고 걱정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화는 4회초 클리어와 김태균·신경현이 연거푸 좌중간으로 2루타를 날려 심정수의 수비를 '시험'에 들게 했다. 심정수의 무릎이 정상이었다면 2개 정도는 단타로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바람

경기 전 선동열 감독은 외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을 보며 "좌타자들이 유리하겠다"고 전망했다. 이날 경기가 시작될 때 기온은 15.7℃로 쌀쌀했고 풍속은 초당 5.6m였다. 바람의 수혜자는 한화였다. 1-1 동점을 이룬 4회초 2사 1·2루 찬스에서 한상훈의 높이 뜬 타구가 1루수와 2루수·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행운의 2루타가 되며 역전에 성공했다. 4-2로 쫓긴 7회초 한화 좌타자 데이비스가 전병호로부터 때려낸 우월 쐐기 투런 홈런(비거리 120m)도 바람을 타고 구장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대구=신화섭 기자 [myth@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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