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가긴 가는 거요”/조현욱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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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월6일 평양에서 열릴 범민족대회 3차 예비회담과 8월13∼17일 판문점에서 열릴 범민족대회에 과연 우리측 인사가 참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종잡을 수 없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헷갈리는 것은 우선 우리 정부당국자들의 말이 일관성이 없고 이를 받아 쓰는 언론의 보도방향이 조변석개하는 인상을 주는데다 북측의 태도마저 변덕이 죽끓듯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30일 오전 10시20분쯤 통일원의 한 핵심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정부는 8월13∼17일 판문점 범민족대회에 전민련만 가는 것을 허용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유는 그 기간이 노태우대통령의 「민족대교류」 기간과 일치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선별적 방북허용을 검토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석간신문은 이를 보도했다. 그러나 사정은 반나절 만에 바뀌었다. 석간신문이 관청에 배달되고 난 후 그 당국자는 몇군데 전화를 받고 얼굴이 해쓱해졌다. 홍성철통일원장관부터가 정부방침이 아닌데 왜 그런 말을 했느냐고 윽박질렀기 때문이다.
그 당국자는 즉각 조간신문을 상대로 자신의 말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전민련만으론 절대 범민족대회에 참석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결정된 방침이라고.
그러면서 『정부당국자라고 쓰지 않고 왜 통일원당국자라고 썼는지…』라며 일부 신문이 뉴스원을 통일원이라고 밝힌 것을 원망했다. 그러나 다른 당국자는 『조금 일찍 밝혔을 뿐이지,방향은 참가허용 검토가 맞다』고 오히려 그 당국자의 당초 발언에 무게를 두었다.
이럴 즈음 북한으로부터 전통문이 날아왔다. 8월6일 평양에서 제 3차 예비회담을 갖자는 전민련의 제의를 수락한다는 것이다. 다만 전민련외에 다른 단체가 끼어드는 것은 묵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같은 시간 전민련과 자유총연맹등 우익단체간엔 또 하나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미 우익단체 참여원칙을 표명한 바 있는 전민련은 『함께 가려면 우리 사무실에 와 사정을 하라』는 투였고 우익단체는 『제3의 장소에서 대등하게 참여방법을 논의하자』고 맞서다 만남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대충 범민족대회와 그 예비회담 참석문제를 둘러싼 판은 이 정도로 벌어지고 있으며 정부의 입장을 요약하면 『전민련만으로 평양예비회담 참석은 불허,판문점대회 참석은 신축검토』가 본심에 가까운 것 같다.
이런 갈팡질팡이 폭염의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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