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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드라마 제작 뜨거운 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우리 시대의 여명은 실로 어떠했던가.
제국주의에 짓밟히고 이데올로기에 찢겨진 한국 현대사의 한스러운 여명기를 우리 방송들이 집중적으로 조명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약속이라도 한듯 KBS·MBC는 광복 45주년을 맞는 현시점에서 일제시대부터 해방 공간·분단에 이르는 뼈아픈 역사를 초대형 드라마에 담기 위해 전력 투구하고 있다.
KBS-1TV의 새 대하드라마 『여명의 그날』과 MBC-TV의 대하 미니시리즈 『여명의 눈동자』를 여름의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기 속에서 길고 긴 제작의 장정을 가고 있다.
제목이 비슷한 이 두 드라마는 주제와 시대 배경마저 비슷한데다 수백명의 엑스트라를 등장시키는 등 양 방송사가 상당한 제작비와 인력을 동원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9월2일부터『역사는 흐른다』후속으로 방송되는 『여명의 그날』은 해방 직전인 44년부터 6·25가 터지는 50년까지 민족역사의 격변기가 배경이 된다.
라디오 다큐드라마 『광복 20년』의 작가 김교식씨가 집필한 『여명의 그날』은 종래와 달리 남과 북으로 갈라진 뒤 역사의 주인공들을 같은 비중으로 다룬다.
특히 지금까지 추정에 의해 반공주의로만 윤색된 북한 쪽의 상황을 가능한 한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해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욕이다.
김일성·소련계의 빨치산, 무정의 팔로군 계열, 김구의 광복군 등 3개 파로 나눠진 항일 무장운동의 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고증·자문 위원회」를 두었다.
「1회 방송에 제작비 1억원」으로 알려진 M-TV의 『여명의 눈동자』는 필리핀 등지에서 대대적인 현지 로케를 마치고 돌아와 국내 촬영에 들어갔다.
일제 말 징용과 정신대로 끌려간 남녀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엮어 가는 『여명의 눈동자』 는 영화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이 제작됐던 필리핀 정글에서 현지 스태프와 엑스트라 1천여명이 대거 동원돼 실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을 만들어 냈다고. 『플래툰』의 스태프들로부터 무기 등 소품과 의상·차량·오픈 세트 등을 제공받아 더욱 사실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동아공영」을 내건 일본군의 일원으로 출연하는 주인공 박상원·최재성을 비롯, 출연진 2백여명이 모두 삭발하고 나와 이 방면에서도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2년 전부터 기획돼 왔던 『여명의 눈동자』는 워낙 방대한 기획 때문인지 방송 일이 조금 늦춰져 내년 1월에나 TV화면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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