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에 푹 빠진 손학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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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한민국은 세종의 리더십이 목마른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최근 성군 세종을 조명한 책 '세종-조선의 표준을 세우다'를 읽고 한 말이다. 손 전 지사가 이 책을 접한 것은 '민심대장정' 중이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이 책을 "한번 들면 내려놓기 싫을 지경"이라고 소개했다. 손 전 지사는 실제로 세종대왕을 자신의 역할 모델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식석상에서도 틈만 나면 '세종 좇기'를 강조한다. 지난해엔 노무현 대통령과 나흘 앞뒤로 세종을 얘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의제 경쟁이냐'는 눈총을 받았지만 마다하지 않았다.

"글을 모르는 백성의 어려움을 헤아려 한글을 만들었고,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농민의 어려움을 헤아려 측우기를 만든 것입니다. 백성의 구체적인 어려움을 파악하여 해결하는 일, 그것이 바로 정치 아니겠습니까?" 손 전 지사가 내세운 세종좇기의 이유이다. 손 전 지사는 또 "세종대왕은 민생정치.실용정치.과학정치.CEO정치를 했다"고 평가했다. 문맹인 백성의 고초를 헤아려 쉬운 '우리 글' 수요를 충족시키고, 선진 음운학을 들여와 개발팀(집현전)을 만들었으며, 신제품 '한글'에 대한 시장(양반)의 저항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손 전 지사는 "민심 대장정으로 몸이 얽혀서 마음이 통하는 정치의 가능성을 발견해 보고 싶었다"며 "세종을 읽으며 희망의 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voi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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